매일신문

2천 개 객실에 미니 골프장까지 '바다 위의 리조트'

세계 최대 규모 크루즈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부산 들어오던 날

'Every night in my dreams. I see you, I feel you~♬'(영화 '타이타닉'의 주제곡)

대양을 가로지르는 호화 여객선.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과 온몸을 감싸는 바람. 붉게 타들어가는 석양. 뱃머리에서 펼쳐지는 연인의 백허그와 키스신. 가장 낭만적인 사랑으로 손꼽히는 영화 '타이타닉'의 한 장면. 그러나 더 이상 영화 속 장면이 아니다.

외국 선사의 크루즈 선박들이 우리나라의 항구에 잇따라 닻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크루즈 여행을 즐기는 이방인들이 꿈꾸는 낭만의 여행지로 각광 받기 시작했다. 올해에는 총 371차례 크루즈선이 입항하고 부산에만 130차례 입항한다. 때마침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크루즈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가 이달 6일 부산 영도 국제크루즈선 선착장에 입항해 일반인들에게 내부를 공개했다.

◆바다 위 작은 도시=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11만6t에 달하는 웅장한 덩치를 자랑하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드넓은 영도항을 배 한 척이 꽉 채운다. 인근 해양경찰청 소속 순시선이 나룻배 같다. 영화에 나오는 타이타닉호가 4만3천t이라고 하니 세 배쯤 크다. 모양은 조금 우습다. 망치 같은 홍살귀 상어를 닮았다. 호주배라서 승선 전 신분증을 제출하고 새로운 카드를 발급받아야 했다. 승객이 다닐 수 있는 위치는 지상 4층에서 18층. 그러나 실제 높이는 18층 아파트보다 높다.

바다 위 작은 도시. 2천600여 명의 승객과 승무원 1천200명이 탑승할 수 있다. 특급 호텔 3, 4개를 합친 규모와 비슷하며 2천 개의 객실은 등급별로 운영한다.

안내를 맡은 프린세스호의 크루즈 디렉터인 브렛 시보린 씨는 "2천100명 정도가 승선해 있다. 중국 톈진에서 출발해 한국(부산)을 거쳐 일본 도쿄에 내리는 7박 8일 코스로 패키지 여행비용은 400만원 정도이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각 나라 기항지에 내려 관광을 한다든가. 크루즈 내 유료 시설을 이용할 때는 추가 비용이 든단다. 시간과 돈. 두 가지를 모두 가진 승객들의 여유로움이 부럽다.

배 중앙에는 호텔 로비 같은 곳이 자리하고 있다. 천장까지 뚫려 있어 공간이 넓어 보이고 시원스럽다. 언제든지 앉아서 쉴 수 있고 테이블과 소파들이 곳곳에 있다. 벽에는 각종 유명 화가들의 그림이 있고 바닥에는 고급스러운 카펫이 깔려 있다. 진동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수영장, 명품 쇼핑몰, 카지노, 바, 미용실, 헬스룸, 댄스룸, 클럽 등 특급 호텔이 갖추고 있는 시설을 그대로 바다 위로 옮겨 놓았다. 골프 연습장도 있다. 금방이라도 나비 넥타이를 매고 턱시도 정장을 한 신사, 섹시한 드레스로 한껏 멋을 낸 숙녀가 나타나 춤을 출 것 같다.

갑판에는 또 다른 '시월드'가 펼쳐진다. 영화 타이타닉호의 장면들이 곳곳에서 오버랩된다.

제법 넓은 수영장과 나란히 누워 있는 선 비치.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선 비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스파 옆에는 성인 전용 풀장, 수심이 다소 깊고 한쪽에는 인공파도를 만들어 내는 기구도 있다. 수온은 항상 수영할 수 있도록 따뜻하단다.

서영학 내일투어 상무는 "비싸고 여유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은 크루즈 여행에 대한 편견이다. 숙소와 교통비 등을 절약할 수 있어 오히려 알뜰여행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부산관광공사 엄경섭 사장은 "크루즈를 이용해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단체여행이나 개별여행객에 비해 씀씀이가 큰 데다 입'출항료, 접안료, 선박 운영 관련 서비스, 연료, 물품, 식자재 구매 등을 통한 경제효과까지 파생시킨다. 부산이 국내 크루즈 여행의 모항, 기항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바다를 한눈에=국제크루즈선 선착장이 있는 영도에는 또 다른 관광 명소가 있다. 문을 연 지 8개월 만에 관람객 140만 명을 돌파하고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의 촬영 장소이자 KBS '전국노래자랑'의 무대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국립해양박물관이다. 개관 8개월 만에 부산의 대표적 명소로 떠올랐다. 입장료는 공짜다.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 물방울을 형상화한 독특한 외관이 특징으로 거대한 배 모양을 하고 있다. 2층부터 4층까지는 상설전시관과 해양역사, 과학, 산업 등 다양한 유물을 전시하고 1층은 해양도서 2만여 권과 멀티미디어실을 갖춘 해양도서관이 자리한다.

해양생물 50종 1천 마리가 헤엄치는 아쿠아리움(해양생물전시관)은 가장 사랑받는 곳. 터널 형태로 만들어진 수족관 아래를 지나면서 만나는 커다란 상어, 가오리 등이 관람객들을 눈길을 잡는다. '스타'도 잇따라 배출하고 있다. 이마에 튀어나온 혹 모양이 나폴레옹의 모자를 닮아 붙여진 '나폴레옹 피시', 부산 기장군의 한 횟집 사장이 14년간 수족관에서 애지중지 키우다 박물관에 기증한 길이 1m짜리 민어도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이달 중으로 푸른바다거북 두 마리와 다음 달에는 해마도 스타 대열에 합류할 예정이다.

박물관이 현재 소장하고 있는 유물은 1만3천700점으로 그리 많지 않다. 3, 4층 전시실을 둘러보고 나면 살짝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오륙도가 보이는 탁 트인 바다 전망과 잔디로 조성된 광장은 아쉬움을 달래기에 충분하다. 개관 1주년을 앞두고 다음 달부터 3개월간 '뉴욕 자연사박물관 기후변화와 해양체험전'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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