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천의 얼굴을 한 악역 배우, 허장강

"난들 왜 신성일 역할을 하고 싶지 않겠느냐, 하지만 드라마에는 허장강 역할을 하는 사람도 있고 어쩔 수 없이 그런 역할에 몰리는 경우도 있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 2010년 7월 홍보수석직을 사퇴하며 자신을 영화배우 허장강 씨와 비유해 눈길을 끌었다. 정권과 청와대의 피해를 막기 위해 자신이 악역을 맡았다는 처지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

1923년 오늘 태어난 허장강은 우리 영화 사상 가장 뛰어난 악역배우로 평가받는다. 주연보다는 조연을 주로 맡았으며, 악역을 연기하면서도 풍부한 인간미와 구수한 유머감각으로 대중의 인기를 모았다. "마담, 우리 심심한 데 뽀뽀나 한번 할까"라는 그의 명대사는 아직도 많은 팬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뻔뻔스럽고 능청스러운 악당 역을 도맡았던 그가 스크린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을 때면 극장에 모여든 관객이 일제히 기립해 환호했을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상록수'(1961)로 아시아 영화제 남우조연상,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 한국일보 연극영화상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그가 예명으로 쓴 '장강'(長江)과는 달리 1975년 영화인친선축구대회에서 경기 도중 심장마비로 52세의 짧은 인생을 마감했다. 그의 아들인 허준호가 짧게 살다 간 아버지의 명성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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