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회 기득권 내려놓기, 어물쩍 넘기지 말라

국회 정치쇄신특별위원회가 6일 과제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지방선거 공천 폐지 문제를 다뤘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새누리당 측은 기초의회'단체장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민주당 측은 지방 토호 등이 후보로 난립, 비리 가능성이 커진다며 폐지보다는 합리적 개선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치 쇄신의 대표적 과제가 시작부터 벽에 부딪히는 양상이다.

지방선거 정당공천제는 기초의원과 단체장들이 국회의원에 줄 서기하는 등 부작용이 많아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여당이 폐지하자고 하는데 야당이 발목을 잡는 모양새는 보기에 좋지 않으며 이해하기도 어렵다. 민주당의 폐지 반대 논리는 공천제 아래에서도 기초의원이나 단체장들의 비리가 끊이지 않는 현실을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회의원들이 공천권을 놓으려 하지 않는 것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정치 쇄신뿐만 아니라 의원 겸직 금지, 연금 폐지, 세비 삭감 등 국회 개혁 과제가 즐비하나 추진 상황은 지지부진하다. 국회는 지난해 11월 국회 개혁에 합의했고 올 1월에는 겸직 금지, 연금의 제한적 폐지 등을 담은 일부 법안들을 발의했다. 그러나 정치쇄신특위를 지난달 중순에야 뒤늦게 가동하면서 발의한 법안들을 경제민주화에 주력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도 않았다.

이러한 상황은 국회가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했지만, 본심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시간만 끌며 어물쩍 넘기다가 국민의 관심이 잦아들면 나 몰라라 할 심산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러나 정치 쇄신과 국회 개혁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로 국민이 쌍심지를 켜고 지켜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국회는 국정 개혁의 주체로서 제 살을 깎는 진정성부터 먼저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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