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가 1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시일이 많이 남은 것 같지만 선거라는 속성을 고려하면 코앞에 닥쳐왔다고 봐야 한다. 대구시장'경상북도지사를 비롯한 광역'기초 단체장 입후보자들이 물망에 오르는 것을 보면 '벌써'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출마를 염두에 둔 이들로서는 당선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 짜기에 돌입해야 할 시점이 됐다.
다가오는 지방선거 단체장 선거 판세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 하나가 있다. 현직 단체장의 출마 여부다. 광역 단체장인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일찌감치 3선 도전 의지를 밝히고 있다. 기초 단체장 경우 정당 공천을 할지, 않을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이것을 떠나 현직 단체장 상당수가 출마할 것이 확실하다. 대구 8개 구'군, 경북 23개 시'군 단체장 가운데 3선 연임 제한에 걸린 이를 제외한 거의 모두가 선거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선거에서 '현직 프리미엄(premium)'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무기다. 공무원과 각종 관변 단체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현직 단체장의 최대 강점이다. 선거법도 현직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현직은 선거구의 각종 행사에 참석해 주민들과 접촉하는 것이 당연시된다. 그 때문에 '단체장 재직 4년=선거운동'이라고 규정하는 이들도 있다.
그에 반해 비현직인 입후보 예정자는 주민 곁에 얼씬도 하면 안 된다. 선거를 100m 달리기에 비유하면 현직은 50m 앞에서 출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평(評)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그만큼 현직이 선거에서 유리하다는 말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광역 단체장의 현직 당선율이 72.7%나 되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인 현직 프리미엄에 힘입어 대구경북 현직 광역'기초 단체장 상당수가 내년 지방선거에 나서 다시 그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변변한 경쟁자가 없는 선거구에선 당선을 따 놓은 당상으로 여기며 선거를 통과의례쯤으로 여기는 현직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선거는 선거. 현직들에게 내년 선거가 어린아이 손목 비트는 것처럼 쉬운 일이 될지 몰라도 현직들은 출마에 앞서 꼭 살펴야 할 것이 있다. 출사표(出師表)를 던지기 전 몇 가지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꼼꼼하게 따져본 후 선거 출마 여부를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첫 번째로는 자신의 재임 동안 성적을 스스로 매겨보라는 것이다. 선거 공약들은 얼마나 실현했는지, 그동안 지역은 얼마나 발전했는가 등 여러 항목에 걸쳐 점수를 내보라는 얘기다. 지역 발전에 디딤돌이 됐는지 '걸림돌'이 됐는지 엄정하게 자기 평가를 해보라는 말이다. 스스로 매긴 재임 동안 점수가 100점 만점에 낙제점인 60점을 밑돈다면 출마를 하지 않는 게 순리다.
두 번째로는 자신의 선거구에 더 훌륭한 인물이 없는가를 살펴볼 일이다. "벌여 놓은 일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출마의 변은 '쌍팔년도' 논리다. 자신보다 지역을 더 발전시키고 도약시킬 비전과 능력을 갖춘 인물이 있다면 과감하게 자리를 포기하는 게 맞다. 이것이 자신도 살고 지역도 사는 지름길이다.
순서로는 세 번째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아 있다. "단체장 재임 동안 내가 진정으로 행복했나"를 출마를 염두에 둔 현직 단체장 모두가 자문(自問)해보기를 바란다. 지역 발전을 이뤄내 주민들로부터 칭찬을 받으면서 자신이 정말로 행복했는지, 아니면 주민들로부터 싫은 소리나 손가락질을 받으며 괴로워했는가를 따져보라는 것이다. 스스로가 행복하지 않다면 좋은 자리나 막강한 권력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대통령은 물론 국회의원'단체장 자리는 나라나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하지만 선거에 나선 많은 이들은 자리를 차지하는 데에만 눈에 불을 켠다. 이를 위해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고, 이 때문에 교도소로 가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그와 달리 자리를 차지하고 나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별로 하지 않는 게 우리 정치의 현주소다. 권력이란 것은 자신이 휘두를 수 있는 칼이기도 하지만 자칫하면 베일 수도 있는 흉기라는 사실을 출마를 생각하는 현직 단체장 모두가 깨달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는 물론 지역 모두가 불행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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