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슈가맨을 찾아서

1960년대 중후반부터 70년대 후반까지의 10여 년은 아주 멀리 있는 듯하지만, 생각보다 가깝다. 그때 젊은 시절을 보낸 이들의 현재 나이인 5060, 대학 학번을 뜻하는 6070이라는 낱말이 한때 꽤 유행한 것도 그때가 지금과 그리 머지않음을 보여준다. 20대를 이 시기에 보낸 이들은 이제, 그 나이가 된 자식을 보며 그때를 추억하는 세대가 됐다.

이 추억은 서구 대중음악에서 많이 나타난다. 그 출발을 1980년대 중반 미국 리노 레코드사의 너겟츠(Nuggets)라는 편집 음반으로 봐도 큰 잘못은 아닐 것이다.

이 음반은 1960, 70년대에 잠깐 나타났다가 성공하지 못하고 사라진 무명 로컬 가수들의 곡을 모은 편집 음반이다. 1집이 성공하자 시리즈로 나오면서 1960, 70년대 무명 음악가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그러나 이들의 음반은 대개 집에서 녹음했거나 소규모 음반사가 만들어, 많아도 몇백 장을 넘지 않았다. 오랜 세월 탓에 구하기도 어려워 수집가 사이에서 수백, 수천 달러에 거래됐다. 좀 더 세월이 흘러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이들은 다시 유명세를 탔다. 과거의 냅스터나 WINMX, 요즘의 솔식 등 P2P 사이트를 통해 음악 파일이 널리 퍼진 것이다.

지난해 충북 제천 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이자, 올해 아카데미상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작인 말릭 벤젤룰 감독의 '슈가맨을 찾아서'의 주인공 로드리게즈도 이와 비슷하다. 사이키델릭 사운드에 포크를 접목한 그의 노래는 대중에게는 철저한 무명이지만, P2P 사용자에게는 꽤 유명하다. 영화에서 그를 회상한 제작사 사장은 음반이 여섯 장 팔렸을 것이라고 비아냥거렸고, 실제로 그랬다. 그러나 그의 노래는 미국에서 수천㎞나 떨어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젊은 층에게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다. 시적이면서 저항적인 노랫말이 인종차별 정책 반대 데모가 한창이던 그들의 마음을 움직인 까닭이다.

영화는 두 명의 팬이 로드리게즈를 찾아 나서 1998년 그를 남아공에 초대해 공연하는 과정을 그렸다. '슈가맨'은 로드리게즈가 1970년에 발표한 데뷔 음반 '명백한 사실'(Cold Fact)의 표제곡이자 그의 별명이다. 올해 72세의 로드리게즈. 영화는 이미 몇몇 예술영화 전용관에 잠시 걸렸을 뿐이지만, 구할 수 있다면 로드리게즈의 과거와 현재를 만나 멀리 사라진 그때를 다시 한 번 느껴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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