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서류 들고 법원에 가십니까?"
재판 기록 뭉치를 들고 법정을 드나드는 시대가 점점 저물고 있다. 고소장 등 각종 서류도 전자문서로 작성하고 소송 절차, 재판 과정도 전자로 하는 전자소송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나아가 법원에 가지 않고 재판할 날도 머지않다. 이는 다 전자소송 시스템 덕분이다. 그렇다면 전자소송이 뭘까.
◆법원에 가지 않고도 소장 작성, 제출
전자소송이란 원고, 피고 등 소송 관계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소장, 답변서, 준비서면, 기일통지 등 각종 소송서류를 작성'접수하고, 송달 및 열람뿐 아니라 명령, 판결 통지, 기록 관리까지 재판의 전 과정을 전자적인 수단으로 진행하는 방식의 소송이다. 한마디로 법원이 운영하는 전자소송시스템을 이용해 소송을 제기하고 소송 절차를 진행하는 재판 방식이다.
전자소송의 최대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법원에 가지 않고도 소장 등 각종 소송 서류를 작성하고 제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에 가지 않고도 전자소송 홈페이지에서 신용카드, 계좌이체 등을 통해 소송비용을 납부할 수 있고, 소장, 항소장 등의 인지액 10% 감경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전자소송은 지난 2010년 3월 소송절차에서 전자문서에 법적 효력을 부여한 '민사소송 등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 공포되면서 법적 토대가 마련됐고, 그해 4월 대법원과 특허법원이 특허사건에 대해 전자소송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전자소송 시대를 열었다.
이후 2011년 5월엔 민사사건, 올 1월부터는 가사'행정 사건으로 전자소송이 확대됐고, 올 8월부터는 신청 사건, 내년 1월부터는 도산 사건, 2015년부터는 집행'비송사건에까지 전자소송이 도입되는 등 형사 사건을 제외한 모든 소송 사건에 단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민사소송의 경우 지난달 현재 전국적으로 전자소송 이용률이 40%를 넘어섰고, 올 연말쯤엔 민사 중 전자소송 이용률이 50%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전자소송 도입 2년도 안 돼 이룩한 성과로, 미국의 경우는 68%에 이르는 데 15년 걸렸다.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엔 300개 정도의 민사 전자소송 전담재판부가 있다.
나아가 원고'피고와 대리인, 증인 등 소송 관계자가 재판이 진행 중인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 다른 곳에서 화면 등 전자시스템을 이용해 변론이나 증언 등을 할 수 있는 원격영상재판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유비쿼터스' 재판 시대도 예고돼 있다. 올해 일차적으로 전국 40여 개 법정에 화상'원격영상재판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예산을 요구한 상태다.
◆전자소송, 뭐가 좋은가
전자소송은 법원을 찾거나 기다리지 않고 집이나 사무실 등에서 일반인에게 익숙한 전자문서를 통해 인터넷으로 직접 소장, 답변서 등을 작성'제출할 수 있어 빠르고 편리한 것이 최대 장점이다. 실제 전자소송의 경우 소장 접수 후 첫 기일까지 소요 시간이 기존 종이 소송에 비해 평균 22.7일 단축돼 신속한 재판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서류 제출, 열람 등을 위해 법원을 오가는 등의 번거로움에서 벗어나고 투명성도 크게 향상됐다. 사건, 재판과 관련된 각종 기록은 법원에서 보관하기 때문에 원고'피고 등 재판 관계자들이 기록을 보기 위해선 법원에 가서 열람 신청을 하거나 복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전자소송 도입으로 법원을 찾지 않고도 24시간 실시간 무료로 열람, 다운로드할 수 있는 등 시'공간 제약에서 벗어났다.
특히 일반 소송에선 '내 기록이 어떤지' '변호인이 어떤 내용의 서면을 제출했는지' '상대편이 어떤 얘기를 하는지' 등을 알기 위해선 상당히 힘들고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전자소송을 하면 재판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또 법정에선 전자기록을 스크린 화면으로 띄워 진행하기 때문에 법관, 변호사만 보고 있는 사건 기록을 재판 당사자들도 함께 볼 수 있어 재판의 이해도와 집중력을 크게 높였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법원에 오가고 대기하는 등의 시간 비용을 재무적으로 환산해본 결과 전자소송이 건당 24만원 정도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자소송은 환경을 지키는 데도 일조하고 있다. 소송 한 건당 평균 100장이 넘는 소송서류를 전자문서화함으로써 연간 수천만 장에 달하는 종이를 절약하고, 보관 및 유통비용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전자소송 한 건당 소나무 2.4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친환경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민사 전자소송 시행 1년 동안 소나무 66만5천529그루를 절약한 효과를 거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11년에 접수된 전체 민사사건이 141만3천981건을 감안할 때 법원 방문 축소에 따른 교통량 감소, 종이 절약 등으로 약 7천594t의 탄소 배출량을 줄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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