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 노후 슬레이트 철거 사업대상 1%도 안돼

건물 1만9천 채에 고작 150채…추가 부담 많아 포기 일쑤

8일 오후 대구 동구 신암동 한 주택가 골목에 들어선 노후화된 슬레이트 지붕 옆으로 아이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 집은 슬레이트 지붕 철거 지원 사업에 신청했다가 집주인이 부담해야 하는 추가비용 때문에 철거를 포기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8일 오후 대구 동구 신암동 한 주택가 골목에 들어선 노후화된 슬레이트 지붕 옆으로 아이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 집은 슬레이트 지붕 철거 지원 사업에 신청했다가 집주인이 부담해야 하는 추가비용 때문에 철거를 포기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7일 오후 대구 동구 신암동 한 주택가 골목. 2, 3층 높이의 연립주택 사이에 슬레이트 지붕의 단층 주택이 있었다. 지붕 한쪽은 슬레이트를 2, 3겹씩 덧대 놓았고, 슬레이트 처마 끝은 송곳니 모양으로 날카롭게 깨져 있었다. 이 집은 슬레이트 지붕 철거 지원 사업에 신청했다가 직접 부담해야 하는 비용 때문에 철거를 포기했다.

#같은 시간 동구 효목동 한 주택은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었다. 지난달 말 슬레이트 지붕을 뜯어내 새 지붕으로 바꾸고 벽을 헐어 공간을 넓히고 있었다. 이 집은 100만원이 넘는 슬레이트 지붕 철거 비용 때문에 공사를 미뤄오다 구청에서 철거를 지원한다는 것을 알고 신청했다. 정동창(62) 씨는 "슬레이트가 오래돼 이물질이 끼고 비가 새기도 해 불편을 겪었다"며 "하지만 슬레이트는 철거 비용이 비싸고 폐기물을 처리하기도 까다로워 철거를 미뤄오다 지원 사업 덕에 최근에 공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을 포함하고 있는 슬레이트 지붕 철거를 지원하는 대구시의 사업 규모가 지난해보다 배 이상 늘었지만 사업대상 수가 여전히 적은 데다 참여율도 기초자치단체마다 제각각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2021년까지 '슬레이트 철거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는데, 주택 소유주가 신청하면 슬레이트 지붕 철거와 폐석면 처리 비용을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사업대상 늘렸지만 턱없이 부족=대구시는 사업 첫해인 지난해 61채였던 사업대상을 올해 2배 이상 늘렸다. 지원금액 상한도 200만원에서 240만원으로 올렸다.

대구시에 따르면 올해 전체 사업대상은 150채로, 이 중 달성군이 40채로 제일 많다. 다음으로, 동구와 서구가 30채, 남구가 15채, 북구와 중구, 달서구가 각각 10채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전체 슬레이트 건물 수에 비해 사업대상이 턱없이 적다. 지난해 기준으로 주택과 공장, 창고, 축사 등을 포함한 슬레이트 건물 수는 1만9천1채다. 이는 지난해와 올해 사업대상을 모두 합친 211채의 90배에 달하는 수치다. 매년 올해와 같은 수의 사업을 유지하더라도 사업이 끝나는 2021년에 전체 슬레이트 건물 수의 약 7% 정도만 혜택을 볼 수 있을 뿐이다.

◆구군별 참여율도 제각각=구'군별로 참여율이 제각각인 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노후 주택이 많은 농촌지역인 달성군을 제외하면 동구만이 사업성과를 냈다. 북구는 전체 슬레이트 건물이 3천635채에 달하지만, 지난해 한 채도 지원하지 못했다. 중구와 달서구, 서구도 1천 채가 넘는 슬레이트 건물이 있지만, 지원 사업 대상은 없었다. 동구와 북구는 비슷한 슬레이트 건물을 보유하고 있지만, 올해 동구는 30채의 철거를 지원하지만, 북구는 10채에 그치고 있다. 남구는 슬레이트 건물 수가 617채로 제일 적지만 올해 북구와 중구, 달서구보다 많은 15채를 지원할 계획이다.

◆졸속 우려되는 실태조사=올해 처음으로 실시하는 전면 실태조사의 진행도 늦다. 일부 기초자치단체는 시작도 하지 않거나 진행률이 낮다. 동구와 서구, 달서구는 조사를 아직 시작하지 않거나 최근 시작했고, 중구(10%)와 북구(20%), 달성군(35%) 등은 낮은 진행률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실태조사가 졸속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동구의 경우 이달 6일부터 30일까지 조사원 10명이 투입돼 조사에 나선다. 1명당 326채를 24일 동안(1일 약 13.6채) 조사하게 되는 것. 실태조사를 위해 동구에 책정된 국가 예산이 1천만원밖에 되지 않아 조사원을 늘리거나 조사기간을 더 길게 가져가기도 힘든 실정이다.

◆지원 기준 개선 필요=현재 주택에만 적용되는 지원 기준도 개선돼야 할 점으로 꼽힌다. 2010년 환경부 집계에 따르면 대구시의 슬레이트 사용 건물 중 52.5%만이 주택이다. 나머지 34.7%가 공장과 시설이고, 8.3%가 축사, 4.4%가 창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의 경우 슬레이트 건물의 절반이 철거 지원 사업 대상에도 들지 못하고 있는 것.

철거비용을 지원하지만, 면적이 한정돼 있고 새 지붕 비용은 집주인이 자부담하기 때문에 지원 사업을 신청했다가 포기하는 주민들도 생겨나고 있다. 현재 철거를 지원하는 슬레이트 면적은 130.75㎡로 이를 넘어서게 되면 1㎡당 1만6천887원을 집주인이 부담해야 한다. 역시 집주인이 감당해야 할 새 지붕도 슬레이트 철거비용의 1.5~2배가량 지출된다. 이 때문에 전체 신청자의 10% 정도가 사업 진행을 포기하고 있다.

대구시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2021년까지 계획된 지원 사업은 단계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주민 생활과 밀접한 주택부터 시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환경공단 대구경북지사 채성수 자원순환사업팀 차장은 "대구지역의 주택은 130㎡ 내에 대부분 포함되기에 철거과정에서 집주인이 추가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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