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인근에서 수박 비닐하우스 재배를 하고 있는 농민들이 4대강 사업 이후 보에 물을 가두면서 인근 지하수위가 높아져 농사를 망쳤다며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고령군 우곡면 연리들 수박 재배농들은 8일 지하수위가 상승해 비닐하우스 500여 동의 수박 뿌리가 썩어버렸다고 주장하며 농경지와 수박 상태를 공개했다.
수박 재배농들은 이날 대구환경운동엽합 관계자, 공무원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굴착기를 동원해 연리들 농경지를 1.3m 깊이로 파냈으며, 10여 분만에 파낸 구덩이에서 30㎝가량의 물이 고였다. 지표면 1m 아래에 지하수가 흐르고 있는 것이다.
이날 확인 결과 수확기의 수박은 평균 7~8㎏인데도, 연리들 수박 상당수는 잎이 시든 줄기에 달린 채 성장이 멈춰 3~4㎏ 정도에 불과했다. 한 농민이 수박 하나를 갈라 보이자 덜 익은 수박의 한가운데 씨방이 녹아버려 상품가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박 재배농들은 "4대강 사업 이후 보에 물을 가두면서 지하수위도 상승해 수박 등 농사에 엄청난 피해를 내고 있다"며 "수자원공사 측과 정부는 남의 집 불구경하듯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곽상수(44'우곡면 연리) 씨는 "수박은 뿌리를 지하 1.5~2m까지 뻗어 내리지만, 지표면 1m 아래까지 물이 차 있으니 당연히 뿌리가 썩고 영양분을 공급하지 못해 고사하고 있다"고 말했고, 김대연(48) 씨는 "1주일 후쯤 수확을 예정하고 있었는데 제대로 성장한 수박이 한 덩이도 없을 정도로 피해가 심각하다"며 "10% 정도의 계약금만 걸어 놓은 상인들이 찾아와 계약금을 돌려 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호(59) 연리들 침수피해대책위원장은 "농민들은 피해보상보다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며 "낙동강 관리수위를 대폭 수정하든지 아니면 농지리모델링사업을 통해 성토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수자원공사 낙동강통합물관리센터 박병우 차장은 "농민들은 4대강 사업 이후 지하수위가 상승해 피해가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는 지표수의 문제로 보고 있다"며 "지난해 5월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전문기관에 용역을 의뢰해 9월쯤 결과가 나오는 만큼 여기에 따라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고령'정창구기자 jungc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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