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현실)세계는 실재하는 것인가 아니면 감각기관이 전달해 주는 인상의 종합일 뿐인가라는 물음은 철학자들을 괴롭혀온 질문이다. 이에 대한 18세기 아일랜드의 철학자이자 주교였던 조지 버클리의 대답은 이랬다. "물질적 존재도 의식적으로 인식되지 않는다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실재 세계는 없으며 우리에게 실재 세계를 추론하게 하는 감각이 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을 극단으로 밀어붙이면 외부 세계는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감각하는 대로 존재하는 것이 된다. 이는 반직관적이자 극단적 상대주의다. 외부 세계는 우리의 감각기관과 무관하게 우리 앞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눈이 멀어도 돌과 나무는 그 자리에 있으며 귀가 먹어도 지저귀는 새는 존재한다. 버클리와 동시대 사람으로 수필가이자 사전 편찬자인 새뮤얼 존슨 박사는 이를 멋지게 증명했다. 버클리 주교와 존슨 박사는 함께 길을 걸으며 물리적 세계의 실재성 여부를 토론하던 중 버클리 주교는 이렇게 말했다. "외부 세계는 상상의 소산일 뿐이라는 명제를 부정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자 존슨 박사는 마침 길가에 있는 돌멩이 하나를 발로 차고는 이렇게 소리쳤다. "자! 이제 부정했소."
물리적 세계가 실재하듯 부정할 수 없는 객관적인 사회적 또는 역사적 사실(진실) 또한 존재한다. 물론 객관적인 사회적'역사적 진실을 규명하는 작업은 매우 힘들다. 관찰자의 관심과 편견이 바른 관찰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객관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그만둬야 할 이유가 될 수 없다. 관찰자가 자신의 관심과 편견에 상치되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때 그 관찰자는 객관성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그러한 사실에 대한 언급의 회피는 인식론적 허무주의와 도덕적 파탄에 이르게 된다.
일본 총리 아베가 바로 그 꼴이다. 그는 8일 국회 답변에서 또다시 "(침략의 정의에 대해) 학문적으로 여러 논의가 있으며 절대적인 정의는 정해져 있지 않다"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침략은 어떤 나라가 다른 나라의 주권, 영토 보존 또는 정치적 독립에 반해 무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유엔총회 결의안 3314호도 '참고용'으로 격하했다. 인식론적 파탄의 극치에 이른 도덕적 저능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백치(白痴)를 총리로 둔 일본이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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