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초교생도 마음만 먹으면 만드는 위조지폐

컬러프린터·컴퓨터 이용 은박지로 홀로그램 흉내

진짜 지폐(위)와 기자가 직접 1만원권 지폐를 스캔해서 프린트한 위조지폐. 신선화기자
진짜 지폐(위)와 기자가 직접 1만원권 지폐를 스캔해서 프린트한 위조지폐. 신선화기자

이달 3일 대구 북부경찰서에 '위조지폐'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 한 청소년이 '돈 복사 중'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지폐 복사 과정과 복사 지폐를 찍은 사진을 올렸다는 것. 사진에는 1만원권 지폐를 프린터로 출력하는 장면과 "위조지폐로 이미 과자를 사 먹었다"는 글이 있었다. 경찰은 위조지폐 유통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적 수사에 나서 한 중학생을 찾았지만 조사 결과 유통은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 지난해 접수된 위조지폐는 587장으로 2011년 363장보다 61.7%나 늘었다. 대구경북지역에서 발견된 위조지폐가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6.8%로 2011년 3.6%보다 3.2%p 증가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지금까지 위조지폐 제작'유통으로 48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처럼 위조지폐가 늘어나는 이유는 초'중교생도 쉽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위조지폐를 만드는 방법이 매우 간단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발견된 위조지폐 대부분은 컬러프린터, 컴퓨터, 복합기 등 디지털기기를 이용해 화폐 이미지를 복제하는 방법으로 제작됐다. 한국은행이 위조방지를 위해 지폐에 부착한 홀로그램을 흉내 내기 위해 은박지로 홀로그램처럼 만들어 위조지폐에 붙이는 경우도 있다.

북부경찰서에 신고된 중학생 A(13'서울) 군이 만든 위조지폐 20장도 집에서 복합기를 이용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도 복합기를 사용해 A4 용지에 지폐를 복사해 위조지폐를 만들어 본 결과, 재질과 색감이 원본과 다소 차이는 있었지만 어두운 곳에서 얼핏 봤을 때는 진짜와 분별하기 어려웠다. 경찰은 "위조지폐는 주로 어두운 심야시간대나 바쁜 시간대에 시장 상인, 노인들을 대상으로 유통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자가 점심 시간에 대구 중구 계산동의 한 식당을 찾아가 위조지폐를 사용해 내밀었지만 눈치 채지 못했다. 이곳 식당 김춘실(49'여) 사장은 "깜빡 속았다"며 "만져보면 알 수 있을지 몰라도 바쁜 시간에 지폐를 건네면 알아차리기 힘들 것 같다" 말했다.

이처럼 위조지폐 제작 기술은 점점 교묘해지고 있지만, 불법 제작'유통을 막을 방법은 마땅치 않다. 경찰은 "위조지폐 사건은 주로 신고에만 의존하고 있다. 위조지폐를 발견해도 이미 여러 사람을 거쳤기 때문에 최초 제작자를 잡는 일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형법에 따르면 위조지폐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위조지폐를 유통할 목적으로 만들었거나 실제 유통했을 때만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는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위조지폐 식별법(자료제공: 한국은행)

▷숨은 그림 찾기=진짜 은행권은 밝은 빛에 비춰보면 왼쪽 그림 없는 부분에 숨은 그림이 나타나는데, 진짜 은행권의 숨은 그림은 인물 모습이 앞면의 도안 초상 모습과 시선의 방향 등에서 조금 다르다. 위조은행권은 숨은 그림이 없거나 앞면의 도안 초상 모습과 똑같은 경우가 많다.

▷볼록 인쇄=진짜 은행권은 문자, 숫자 및 점자 부위가 볼록하게 인쇄돼 손으로 만져보면 오톨도톨한 감을 느낄 수 있다. 위조은행권은 컬러프린터나 컬러복사기로 제조된 경우가 많아 이런 촉감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홀로그램=5만원권, 1만원권, 5천원권에는 홀로그램이 있어 보는 각도에 따라 우리나라 지도, 태극, 4괘가 번갈아 나타난다. 위조은행권은 홀로그램이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번갈아 보이는 그림이 나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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