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돕기 선행, 집안의 가풍이죠" 봉사명문가 김길윤씨 가족

4대째 봉사활동 가족, 적십자사 선정 봉사명문가

4대를 이어 봉사활동해 온 봉사명문가 김길윤 씨 가족. 왼쪽부터 김길윤(74) 씨, 손자 신택형(19) 씨, 장남 신규창(52) 씨.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 제공
4대를 이어 봉사활동해 온 봉사명문가 김길윤 씨 가족. 왼쪽부터 김길윤(74) 씨, 손자 신택형(19) 씨, 장남 신규창(52) 씨.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 제공

"친정어머니부터 주변에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이 있는 모습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셨어요. 그걸 보고 크다 보니 시집을 가서도 주변에 어려운 사람을 돕게 되고, 자연스럽게 집안의 가풍이 돼 가고 있네요."

4대(代)째 봉사 활동을 계속 이어오고 있는 가족이 최근 적십자사로부터 봉사명문가로 선정됐다. 김길윤(74'여'대구 수성구 지산동) 할머니 가족이 그 주인공. 김 할머니의 친정어머니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인 손자에 이르기까지 4대에 걸쳐 적십자사를 통해 자원봉사 활동을 해 오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매년 3대 이상이 모범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가문 중 한 가문을 선정해 봉사명문가로 시상한다. 올해 봉사명문가로 선정된 김 할머니 가족은 어버이날인 8일 상을 받았다. 그는 1978년 적십자병원에서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적십자사와의 인연은 친구의 소개도 있었지만, 친정어머니가 6'25전쟁 이후 나라 전체가 어렵던 시절부터 십시일반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왔던 모습을 보아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맺어졌다. 이후 '일심회'라는 봉사활동단체를 만들어 35년 동안 고아원, 양로원 등을 돌아다니며 급식 봉사와 나들이 행사 진행 등을 계속해 왔고, 저소득층 자녀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형편이 어려운 다문화가정과 결연을 하여 이주여성의 친정 방문 비용을 마련해 주는 일도 한다.

김 할머니의 장남 신규창(52) 씨와 차남 규영(49) 씨 또한 어머니를 본받아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대구 동구에서 내과의원을 운영하는 큰아들은 2009년부터 가난한 어르신을 위한 무료 급식 행사를 시작했다. 둘째 아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 왔다. 김 할머니는 "작은아들은 군대 복무 시절 월급과 내가 주는 용돈을 모아 부대 근처의 어려운 아이를 도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손자 또한 할머니와 아버지를 본받아 적극적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규영 씨의 아들 택수(21) 씨와 규창 씨의 아들 택형(19) 군은 어릴 때부터 봉사활동을 하러 다니던 가족들을 따라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봉사활동을 배웠다. 두 손자 모두 지역의 혼자 사는 할머니와 자매결연을 하여 정기적으로 찾아가 말벗도 해 드리고 안마도 해 드린다.

김 할머니는 "가족이 없이는 이처럼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할머니가 봉사활동 계획을 가족들에게 이야기하면 자녀들은 활동에 필요한 장소나 식사 등 각종 준비물을 마련한다.

김 할머니는 "돈을 모으는 것만이 저축이 아니다. 남 돕는 것 또한 저축이다"라는 친정어머니의 말씀을 깊이 새기면서 살아간다. 꿈이 있다면 가족들이 대를 이어서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 나가는 것이다. 김 할머니는 "마음 같아서는 증손자까지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좋겠는데 살아생전에 그게 될 지 모르겠다"며 파안대소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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