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학교 구강검진을 하면서

점심을 먹고 난 후 나른한 오후 진료를 시작하려고 내려가니 대기실이 혼잡하다. 이상하다 생각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평소보다 초등학생들이 많이 대기하고 있고 같이 온 부모들도 있었다. 대부분이 치과 치료보다는 구강검진을 위해 내원한 경우였다. 설문지를 작성하고 여러 명을 검진하고 기존의 환자들도 치료하고 하니 다소 혼잡했지만 할 만했다.

지난 3월부터 치과 인근에 있는 초등학교 학생들이 치과에 직접 와서 구강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근처 초등학교에서 구강검진에 대한 전화를 받았을 때 흔쾌히 수락하고 직원들에게 준비를 부탁하니 한꺼번에 학생들이 몰려 혼잡할까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지난해까지는 치과의사가 학교에 출장을 가서 구강검진을 했다.

짧은 시간에 많은 학생들을 검진하고 치과의자도 없는 상태에서 구강검진을 하려니 어려운 점이 많았다. 특히 입안을 검사하기 위해서는 밝은 조명이 필요한데 휴대용 펜라이트 등으로 검사하니 잘 보이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학교구강검진에서 발견한 충치 개수와 치과에 와서 다시 발견한 충치 개수가 달라서 학교구강검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곤 했다. 지난해에는 이러한 문제 때문에 등산용 라이트를 여러 개 준비해서 구강검진을 했지만 치과에서 직접 검진하는 것에 비해서는 한계가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동안 학교구강검진에 대한 부실 등이 문제가 됐고, 진료를 비우고 특정한 시간을 내서 구강검진을 하는 것도 치과에는 상당한 부담이 됐다. 그리고 많은 인원을 한꺼번에 검진을 하다 보니 일부에서는 보조인력에게 대신 구강검진을 시켰다가 학부모의 민원으로 이어져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출장 구강검진 시에는 치과의사 1인당 검진인원을 100명으로 제한해 만약 검진 인원이 101명이면 치과의사 2명이 검진을 하거나 이틀에 나누어 검진해야 하는 등의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고 학교구강검진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 올해부터는 대구시교육청과 협의해서 학생들이 지정된 치과를 직접 방문해 구강검진을 받도록 했다.

치과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의 전설적인 명의 화타는 자기보다 더 훌륭한 명의로 작은형과 큰형을 언급했다. 자신은 그저 있는 병을 치료하는 정도지만 작은형은 병의 조짐이 보이면 미리 알고 조절해 큰 병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하고, 큰형은 병이 생기기 전에 미리 예방해서 아예 병에 걸리지 않도록 치료했다고 한다.

한 학교의 구강검진이 끝나자 주위에 있는 다른 학교에서 구강검진을 해 줄 수 있느냐고 한다. 조금 힘들고 귀찮아도 작은 충치가 큰 충치로 발전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검진해야겠다.

장성용 민들레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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