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편지] 꼴과 마음

인류가 추구해 온 진선미 중에서 진과 선은 '마음'이요 미는 '꼴'이다. '꼴값'한다는 옛말도 있으나 요즘처럼 진선미 중 맨 뒤에 있는 '꼴'이 최고로 강조되는 시기는 없었던 것 같다. 못 생긴 얼굴이나 뚱뚱한 몸매는 도저히 용납되지도 않고 용서할 수 없는 것이 돼 버렸다. 아름다운 외모가 성공과 행복에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생각은 부정할 수 없는 상식이 돼 버렸고, 젊음과 아름다움은 능력과 같은 뜻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적 추세에 편승해 성형수술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오죽했으면 '한국은 성형공화국'이라는 기사가 아시아판 뉴스위크지 표지에 실렸을까. 30년간 성형외과 의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곤혹스러운 질문이 '전공이 무슨 과(科)세요?'다. 성형외과 전공이라고 밝혔을 때 대부분 사람들은 내가 의사가 아니라 쌍꺼풀이나 코를 높이면서 여자의 '꼴'을 예쁘게 해주는 '남자 미용사'쯤으로 여긴다. 예로부터 '마음'을 고치는 심의를 제일로 여겼으니 '꼴'을 고치는 나는 그런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다.

성형수술은 자신 없는 부분이나 강조하고픈 부분은 화장으로 처리하듯이 미용수술은 단점이나 자신 없는 부분을 영구적으로 보완해 줄 수 있다. 전에 미스코리아 심사를 여러 번 하면서 가장 흔히 받는 질문이 "후보들이 성형수술을 하면 감점대상이 되느냐"는 것이다. 수술한 표시가 나더라도 자연스럽게 예쁘면 감점대상이 아니고, 부자연스럽고 어색하면 감점대상이다. 즉 미의 기준이 외형적인 것이 돼서는 안 되지만 적어도 미를 가꾸고 완벽함을 만들어 간다는 의미에서의 성형수술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비정상적이지도 않고 못 생긴 것도 아닌데 주관적인 자기 생각만으로 성형수술을 계속 요구하고 심지어 반복 성형으로 중독된 경우다. 볼테르는 "아름다움이란 상대적이기에 논할 수 없다"고 했다. 즉 객관적 기준이 있기보다는 그 사람의 마음가짐이나 정신자세에 따라 달라지고, 어떤 의미에서는 마음가짐이나 정신자세가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아름답게 창조된 자신을 못났다고만 생각하는 정신적 열등감을 고치는 '마음의 수술'이 우선돼야 성형수술도 성공할 수 있다. 성형수술은 자신감을 얻거나 자기의 일에 더 열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도구다. 진선미 중에서 진과 선이 먼저고 미가 나중이듯이 '마음'이 먼저고 '꼴'은 그다음이다. 항상 무엇을 추구하는 '진'과 진지한 삶을 사는 '선'에 근거를 둔 주관적인 아름다움이 인간을 더욱 값지게 해주고 이 세상을 밝게 비춰줄 것이다. 모두가 '꼴' 값보다 '마음' 값을 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며 자신의 영혼을 고양시켜 자기 일에 열중할 줄 아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기를 빌어본다.

박대환 대구가톨릭대병원 성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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