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대구 수성구 신매동 시지고 맞은편 도로. 대구스타디움에서 경산 방향으로 가는 도로(편도 3차로) 가장자리 절반이 움푹 내려앉아 있었다. 침하된 도로 가운데에 세로로 금이 가 있고, 굵은 금은 어른 새끼손가락이 들어갈 만큼 벌어져 있었다. 인도와 도로의 연결 부위가 과속방지턱처럼 솟아오른 곳도 있었다. 도로에는 덧댄 아스팔트가 군데군데 튀어나와 있었다.
우측으로 기울어진 소형승용차가 파도를 타는 것처럼 덜컹거리며 운행했다. 차 안 운전자의 머리는 앞뒤로 크게 끄덕였다. 또 다른 승용차는 침하된 곳을 피해 안쪽 차로를 반쯤 넘어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다. 939번 버스가 움푹 들어간 도로 위를 지나자 버스 안 승객들은 휘청거렸다.
퇴근길에 이 도로를 이용하는 서진환(43'경산 옥산동) 씨는 "운전을 할 때마다 울퉁불퉁한 도로 때문에 차가 심하게 흔들린다"며 "앞의 짐을 가득 실은 트럭이 휘청거릴 땐 얼른 안쪽 다른 차로로 바꾸느라 사고가 날 뻔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상수도 관로 설치 공사 후 2년도 되지 않아 대구 유니버시아드 도로 일부에서 침하 현상이 나타나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공사를 맡았던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와 대구 수성구청은 도로 보수는 등한히 한 채 5개월 넘게 침하 원인을 두고 책임 공방만 벌이고 있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는 2011년 3~5월 상수도 관로 교체 작업을 하면서 1천500m의 유니버시아드 도로 가장자리 땅을 2m가량 파냈다. 작업을 마무리한 상수도사업본부는 2m 깊이 중 1.4m를 흙으로 다시 메웠다. 수성구청은 이어 1주일 안에 나머지 0.6m를 채우고 다진 뒤 포장재와 아스팔트를 깔았다.
수성구청은 지난해 말 이 일대 도로 침하를 발견했다. 수성구청은 바로 상수도사업본부에 보수공사를 요청했다. 대구시 시설관리공단까지 나서서 올 4월 12, 13일 실태조사를 벌였고 이 일대 1㎞ 구간에 걸쳐 가장자리 도로가 최대 6㎝가량 가라앉은 것을 확인했다. 이어 4월 25일 수성구청에 공문을 보내 보수공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성구청과 상수도사업본부가 어느 쪽의 공사가 침하의 원인을 제공했는지를 두고 공방을 벌이느라 아직까지 보수공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달 말이면 2년인 하자 보수 기간이 끝나기 때문에 시공업체에 보수공사를 요청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
수성구청은 도로를 다시 포장한 뒤 2년도 안 돼 6㎝가량 내려앉은 것은 상수관로가 있는 아래쪽의 기초공사에 문제가 있었고 실제 공사 면적도 상수도사업본부 측이 70%로 더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수도사업본부 시설관리소 관계자는 "아래쪽은 상수도사업본부가, 위쪽은 수성구청이 공사를 했기에 어느 공사의 하자로 도로가 침하됐는지 밝히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침하 원인이 명확히 나와야지 양쪽 시공업체 중 어느 한 곳이 책임을 지고 도로를 보수할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성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다음 주에 두 기관 담당자들이 만나 현장을 확인한 뒤 침하 원인에 대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서로의 책임에 대해 합의점을 찾아 시공업체에 하자보수를 맡길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시시설관리공단 도로관리팀 장원환 과장은 "이번 침하는 상수도 교체 공사 이후 2년도 되지 않아 일어났기에 자연 침하가 아니라 공사로 인한 침하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양 기관이 책임을 지고 하루빨리 보수공사를 해 도로 상의 위험요소를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