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신종 귀족 현대차노조

영국 노동조합의 전투성은 유명했다. 너무 강해서 어느 정권도 감히 건드릴 생각을 못했다. 이는 노동자의 고용 안정과 복지 증진에 기여했지만 점차 국민의 정을 떼게 만들었다. 이런 민심 이반이 대처 총리가 막강한 광산노조와 싸워 이길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이었다. 당시 영국 국민의 눈에 노조는 자신들의 이익에만 혈안이 된 이기적 집단으로 비쳤던 것이다.

이런 이기심은 때로는 불법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의 면탈로까지 이어졌다. 1906년 노동당 집권 때 통과된 노동쟁의법이 그랬다. 이 법은 노조가 '노조 또는 노조를 대신해 저질렀다고 주장되는' 불법행위에 대해 민사소송을 면제했다. 이에 대해 좌파 지식인이었던 시드니 웹 부부도 "예외적이며 무제한적인 면책 권한"이라고 개탄했다. 1974년과 1976년에 통과된 노동조합법과 노동관계법, 1975년과 1979년에 마련된 고용보장법은 한발 더 나아갔다. 불법행위에 대한 면책 권한이 노조가 다른 당사자에게 계약을 위반하도록 조장한 경우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이러한 안하무인의 무소불위는 1970, 80년대 막강한 힘을 가졌던 인쇄공 노조가 잘 보여줬다. 파업으로 신문이나 잡지의 발행을 막는 것은 물론 언론 검열이라는 반민주적 폭거도 서슴지 않았다. 인쇄공 노조 소속 식자공들은 뉴스나 논평까지 검열하면서 자신들이 동의할 수 없는 문구가 있으면 삭제해 버렸다.

노조 지도자의 도덕성도 형편없었다. 전국광산노조 조합장 아서 스카길은 리비아의 카다피로부터 파업 자금은 물론 주택 구입 자금까지 받았다. 당시 광산노동자 기준으로 볼 때 스카길의 집은 호사스러웠다. 스카길이 대처 총리와의 대결에서 패한 뒤 영국인들은 이를 이렇게 비꼬았다. "스카길은 거대한 노조와 작은 집에서 출발했지만 거대한 집과 작은 노조로 끝을 맺었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안을 확정하면서 조합 활동에 대해 민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조항을 포함시켰다고 한다. 평균 연봉도 성과급을 포함해 현재 9천400만 원에서 1억 원 이상으로 올린다는 내용도 있다. 그대로 단체협약이 이뤄진다면 신도 부러워할 고액 연봉에다 법의 지배에서 벗어난 신종 귀족이 탄생하게 된다. 이런 광경을 보면서 드는 고민이 하나 있다. 현대차를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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