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해의 窓] 감포 앞바다서 발견된 큰 종(鐘)

불교에서 종(鐘)은 번뇌와 사악으로부터 중생을 구제하고 꿈과 희망의 법음(法音)을 전파하는 상서로운 기물이다. 그런데 최근 경주 감포 앞바다에서 대종을 발견했다고 해 관심을 끌고 있다.

사연인즉 포항의 한 잠수부가 우연히 수심 25m가량 되는 감포 인근 바다에서 종으로 추정되는 물건을 발견한 것에서 비롯된다. 이 잠수부는 발견 당시에는 종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가 우연히 TV프로그램을 접하고는 자신이 보았던 물건이 통일신라시대 대종과 모양이 흡사하다는 것을 알고 문화재 당국에 신고했다는 것이다. 잠수부 신고 이후 문화재 당국은 물론, 경주시와 시민들은 곧 대종이 발견될 것처럼 관심이 집중됐으나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대종에 대해 큰 관심이 보이는 것은 경주가 황룡사 대종과 감은사 대종의 슬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기 때문이다. 삼국유사 등에 '고려 고종 25년 몽골의 침입으로 황룡사가 불에 탄 뒤 몽골군이 황룡사 대종을 싣고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쪽으로 옮기다 감포항 주변에서 풍랑으로 배가 전복되면서 대종이 수장됐다'는 기록이 있다. 감은사 대종은 '임진왜란 당시 왜군들이 경주 감은사 대종을 훔쳐 어선으로 싣고 일본으로 운반하다 심한 파도로 배가 침몰하면서 감은사 앞바다에 수장됐다'는 구전이 전해 내려온다.

이런 연유로 이 지역에서 대종이 발견되면 틀림없이 황룡사나 감은사 대종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돼 문화재 당국과 경주시에서 관심을 갖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잠수부가 처음 이 종을 신고했을 때는 지난해이며, 문화재 당국은 그동안 비밀리에 수중탐사를 실시해오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최양식 경주시장이 언론에 발표했다. 문화재 당국은 최 시장의 발표를 두고 "아직 실체도 없는 종을 두고 왜 소란스럽게 만드느냐"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잃어버린 이 종에 대한 경주시민과 최 시장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그리 나무랄 일은 아니다. 이 지역 주민들은 비바람이 몹시 치고 폭풍우가 우는 밤이면 바다에서'우우웅 우우웅'하는 슬픈 종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또 마을의 길흉사가 발생하면 바다에서 종소리가 들려온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만큼 이 지역 주민들은 대종에 대한 염원이 남다르다.

최 시장 또한 취임 초기 과거 신라시대에 감은사에서 봉길리 대왕암까지 물길이 나있었으며 종을 주조해 그 물길을 통해 옮겼다는 삼국유사 등의 기록에 따라 물길을 내는 사업을 검토했을 정도이니 대종에 대한 지역민의 염원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오히려 최 시장의 이른 발표가 답답한 지역 분위기에 희망을 안겨줄 수 있는 청량제가 되고 있다. 제발 염원대로 대종이 발견됐으면 좋겠다.

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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