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師道 함께 가는 '쌍둥이 형제'…해안초 장일성·아양초 장용성 교사

23년째 동료로, 좋은 본보기로 노력

쌍둥이 형제 교사인 대구 해안초등학교 장일성(오른쪽) 교사와 대구 아양초등학교 장용성 교사가 학생들에게 받은 종이 카네이션을 꽂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쌍둥이 형제 교사인 대구 해안초등학교 장일성(오른쪽) 교사와 대구 아양초등학교 장용성 교사가 학생들에게 받은 종이 카네이션을 꽂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14일 오후 대구 동구 해안초등학교. 키와 체형, 얼굴까지 똑같은 두 남성이 서로 옷매무시를 다듬어주고 있었다. 이들의 양복 웃옷 주머니에는 학생들이 스승의 날을 맞아 직접 만든 종이 카네이션이 꽂혀 있었다. 두 남성이 함께 교단에 선 시간만 23년. 매년 스승의 날이 되면 존경을 뜻하는 카네이션을 서로 달아주고 있다.

서로에게 인생의 '스승'이 되어주는 쌍둥이 형제 교사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대구 해안초교 장일성(44'형) 교사와 대구 아양초교 장용성(동생) 교사. 1968년 의성에서 태어나 1991년 대구교대를 졸업할 때까지 고등학교를 제외한 초등학교, 중학교와 대학교를 같은 학교에서 공부한 뒤 대학 졸업과 함께 나란히 초등학교 교단에 섰다. 더구나 형제는 6개월 차이로 같은 해에 결혼한 부부교사다. 가족이자 친구였던 쌍둥이 형제는 어느덧 동료 교사이자 서로에게 누구보다 좋은 롤모델이 되고 있다.

처음 쌍둥이 형제가 나란히 교대 진학을 결심하게 된 것은 아버지의 뜻이었다. '교사'를 선호 직업으로 생각하고 있던 형이 먼저 결정을 내렸고, 동생은 "형과 함께라면 교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선뜻 교대 입학을 결심했다. 그 후 쌍둥이 형제는 23년 동안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생김새가 비슷한 탓에 동료교사'학부모'학생들에게 오해를 샀던 웃지 못할 일도 많았다. 형제가 1991년 임용시험에 합격한 후 처음 배정받은 학교는 버스 한 정거장을 사이에 둔 인지초교(형)와 삼영초교(동생). 매번 형이 인지초교에 먼저 내리는 것을 본 동생의 동료교사가 이상하게 여기다 시간이 지나서 동생을 통해 사실 확인을 한 적이 있었다. 또 한 번은 형제가 동시에 학교 육상지도를 맡아 시민운동장에서 학교 대항 육상대회가 열릴 때면 학생들이 담당 선생님을 착각하기도 했다.

이들은 서로의 감시망인 동시에 훌륭한 '자극제'이기도 하다. 동생이 1991년 경북대 대학원에 입학해 석'박사 과정을 마치는 것을 보고 형도 1998년에 뒤따라 대구교대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다. 형 일성 씨는 "동생이 교사로서 주어진 본분만 따르는 것이 아니라 더욱 깊이 공부해서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자극을 받았다"며 "동생은 나에게 누구보다 교사로서의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형제가 꼽은 쌍둥이 교사로서의 큰 장점은 '학생 지도'학습 비법' 공유다. 똑같은 시기에 정보부장과 체육부장 직을 맡았던 형제는 육상지도법, 컴퓨터 활용능력 등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함께 연구를 하곤 했다. 서로가 서로의 스승인 셈. 동생 용성 씨는 "정보부장을 하던 시절 컴퓨터 활용능력을 꿰뚫고 있는 형에게 많은 도움을 얻었다"고 했다.

교직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쌍둥이 형제 교사에게는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아이들이 행복을 얻어갈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일이다. 동생 용성 씨는 "식물에 비유하면 초등생은 거름을 듬뿍 줘야 하는 시기이지만 요즘은 열매를 빨리 맺는 방법부터 가르치려 한다"며 "학교는 풍부한 독서량과 체험학습 등을 통해 아이들이 천천히 그리고 튼튼한 나무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 형 일성 씨는 "동생과 교육관에 대해 늘 갑론을박을 벌이지만 우리의 목표는 같다"며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길에 동생과 함께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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