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취업 무용지물 석'박사, 전문대 U턴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 졸업자, 석'박사 학위 소지자 등 고학력자의 전문대학 재입학이 늘고 있다. 올해 대구보건대의 200명 모집 대졸자 전형에 488명이 지원했다. 이 가운데 석'박사 학위 소지자와 4년제 대학 졸업자가 36.5%인 178명이었다. 영남이공대도 지난해 63명을 뽑는 대졸자 전형에 198명이 지원했다.

전문대학 재입학 현상은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아 나선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는 우리 사회와 교육 제도의 여러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현재 재입학과는 간호, 물리치료, 컴퓨터 응용 기계 등 취업에 유리한 과에 국한된다. 8.4%에 이르는 청년 실업난 탓으로 지난 4월의 전체 실업률 3.2%와 비교하면 그 심각성을 잘 알 수 있다. 스펙을 중요시하는 사회 풍조가 문제다. 석'박사 학위 소지자가 많다 보니 스펙에서 밀릴 것을 걱정하는 많은 취업 준비생이 취직되기 전까지 석'박사 과정에 진학하는 사례가 많아서다.

학교교육의 문제점도 많다. 대구시 교육청의 일반고 직업 과정에 참여하는 고등학생이 크게 늘었다. 조리, 제과제빵, 피부미용 등 취업에 유리한 분야다. 대학 진학을 목표로 일반계고에 진학했으나 적성, 가정 형편, 취업 등을 이유로 진로를 바꾸는 것이다. 이는 초중고를 거치면서 스스로 적성을 찾지 못하는 탓도 있지만, 학교도 진로 적성 교육을 등한시한 영향이 크다.

전문대학 재입학 현상은 개인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도 시간과 돈 낭비가 심하다. 최근 기업이 스펙보다는 개인 능력 위주로 사원을 뽑고, 학교에서 진로 적성 교육을 하는 바람이 부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청년 실업난을 줄이면 문제 해결이 쉽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개인의 진로 찾기 노력과 함께 스펙 위주의 사회 풍조를 변화시키고, 진로 적성 교육을 더욱 강화하는 것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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