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승의 날 릴레이기고] 청소년들이여! 정보화 늪에서 벗어나자.

5월은 좋은 날이 참 많다. 5월 초하루 근로자의 날부터 시작하여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15일 스승의 날, 17일 부처님 오신 날과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이름 있는 날이 더 있다. 그래서 5월을 가정의 달, 청소년의 달이라고도 한다. 필자는 평생 청소년들과 함께 교육을 통해서 생활해 왔으니 청소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할까 한다.

경제적 발달과 함께 사회 환경은 우리 청소년들에게 큰 영향을 준다.

우리 가정을 한 번 살펴보자. 텔레비전이 거실과 안방의 가장 좋은 목을 차지하고 흡사 자신이 주인인 양 버티고 앉았다. 집안에만 들어오면 모두 텔레비전과 친구가 되어 그 물건만 쳐다보고 놀고 대화하고 신주같이 모시고 살아가고 있다. 우리 국민만큼 텔레비전을 좋아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성인들도 이러한데 하물며 의지력이 약한 청소년들은 말해서 무엇 하겠는가. 친구가 없어도 좋고, 어머니가 계시지 않아도 불편하거나 외로움을 못 느끼도록 텔레비전이 청소년들과 재미있게 놀아 준다. 위성방송과 케이블 방송의 채널은 왜 그리 많은지.

텔레비전에 싫증을 느끼면 또 다른 방으로 가서 컴퓨터 앞에 앉는다. 텔레비전보다 더 매력적인 물건이다. 인터넷을 통해 온갖 것을 다 보다가 게임에 들어가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재미있고 신이 난다.

게임의 내용을 보자. 온통 때리고, 부수고, 찌르고, 죽이고, 폭파하면서 쾌감을 느낀다. 어릴 때부터 게임을 즐겨왔기에 중독이 되어 있다. 폭력성 게임은 하면 할수록 공격성과 분노가 강해지고 조급하고 거칠어진다는 것은 심리학자들의 입을 빌리지 않더라고 충분히 짐작이 간다. 마음을 편하게 하고 고운 심성을 길러주는 아름다운 글을 읽으면서 자라야 하는 청소년들이 이렇게 '정보화'라는 이름 아래 어둠의 늪에 빠져 있다.

텔레비전과 컴퓨터보다 더 매력적으로 청소년들을 끌고 다니는 물건을 또 첨단과학이 만들어냈다. 현대 정보화 기술이 집약된 제품, 도깨비 방망이 같은 휴대전화, 즉 스마트폰이다. 인간은 자기가 만들어낸 신기하고 희한한 물건에 매료되어 그것을 사람보다 더 귀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습관이 자신도 모르게 몸에 배어간다. 그것 때문에 사람들이 망가져 간다. 어른들뿐이겠는가. 청소년에게 휴대전화가 미치는 폐해는 더 심각하다. 운동을 하면서도, 공부하면서도, 잠잘 때도 꼭 곁에 두어야 마음이 편한 물건, 휴대전화는 생활필수품이요, 자신의 충실한 비서이다.

그러나 빛이 강하면 그늘이 그만큼 어두운 법! 몇 년 전 입시 때는 휴대전화로 수능 시험 부정행위로 전국을 들끓게 한 적도 있었다. 청소년들의 탈선 무기로도 활용되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가정에서 음식비보다 더 많이 드는 휴대전화 통신비는 주부들의 손을 더욱 작아지게 하고 오그라들게 한다. 요지경 속의 휴대전화를 보자. 전화하고 편지 쓰고, 사진 찍고, 녹음하고, 텔레비전 보고, 인터넷하고……. 세상에 이보다 더한 요술 단지가 어디 있던가! 컴퓨터도 필요 없어졌다.

우리는 휴대전화를 왜 그리 좋아할까? 애정에 대한 강한 바람이 여기에 담겨 있다. 굶주려 배고파 허덕이는 사람보다 따뜻한 사랑에 목말라 빗나가고 사고를 일으키는 사람이 더 많다. 인간은 누군가를 그리워한다.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나의 존재를 확인받고 싶어 한다. 그 간절한 바람을 휴대전화에 목을 걸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휴대전화에 묶여 사는 우리 자신을 보고 깜짝 놀라기도 한다. 스마트폰의 주인이 언제부터인가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젠 휴대전화의 마법에서 벗어나자. 어떤 큰스님의 설법에 집착은 새로운 욕망을 낳고, 그 욕망이란 감옥에 갇히게 되면 고통을 벗어날 수 없다고 했다. 있거나 없거나, 보았거나 보지 않았거나 그저 그렇게 두고 편하게 살자고 했다.

21세기라는 고속도로에 광속으로 달려가는 정보화 시대의 기린아 휴대전화, 스마트폰! 이것이 우리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의 전도사가 되어야 할 텐데….

이영우/경북도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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