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뮤지컬 2개 작품에 20억 쏟아부은 안동시, 관람료 수익은 1억원 남짓

경북 5개 시군 모두 52억 투입, 전문 배우 부족 '수준' 떨어져

경북의 역사와 자연, 사람에 스토리와 음악을 덧입힌 창작 뮤지컬 제작이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지역 경제 파급효과가 미미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 자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경상북도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배경으로 제작된 뮤지컬 작품은 10여 편이다. 올 상반기에만 경북도민체전 기념 뮤지컬 '징'(김천)과 '금성대군'(영주) 등이 첫 무대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뮤지컬 '정도전'(영주)과 '대가야의 혼 가얏고'(고령) 등이 초연하는 등 매년 2, 3편의 작품이 제작되고 있다. 모두 각 지역에 전해지는 역사나 설화, 자연환경, 영웅이나 위인 등 인물을 소재로 삼은 점이 특징이다. 영주, 안동, 경주, 김천, 고령 등 5개 지자체가 모두 45억원 이상의 제작비를 투입했다.

그러나 제작비 규모에 비해 수익성이나 관객 동원력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경북도와 안동시가 제작비 8억원을 지원한 뮤지컬 '부용지애'의 경우 지난해 5회 공연에 관객 9천431명이 들었지만 유료관객은 2천875명으로 30.4%에 불과했다. 12억원을 들여 만든 '왕의 나라'도 5회 공연에 전체 관객 수 8천40명 중 유료관객 비율은 60.0%(4천830명)였다. 20억원을 들여 만든 두 작품의 관람료 수익은 1억2천만원으로 전체 제작비 20억원의 6%에 불과했다. 이처럼 작품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면서 '왕의 나라'는 올해 공연계획조차 잡지 못한 상태다.

작품 수준이 떨어지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미미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뮤지컬 전문 배우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역 인력을 중심으로 충원하다 보니 작품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

뮤지컬 '정도전'의 극본을 쓴 최대봉 작가는 "지역 배우가 지역 뮤지컬에 출연하는 일은 분명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작품 수준이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며 "초기 단계에는 전문 배우와 제작진을 기용해 작품의 수준을 높이면서 지역 참여인력의 동기를 유발하고, 경험을 쌓게 해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자리 창출 효과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안동시는 '왕의 나라'를 제작하면서 주요 출연자는 지역대학 성악 등 관련 전공자로, 보조 출연자는 안동시민으로 구성해 일자리 300여 개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올해 공연이 불투명해지면서 일자리는 모두 사라질 처지다.

경북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지역 뮤지컬의 수준과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고, 작품을 통해 지역에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등 뮤지컬의 간접효과를 높이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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