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강희(36)는 제목만 들으면 민숭민숭할 것 같은 영화 '미나 문방구'(감독 정익환)에 빠져들었다. '최강희의 재발견'을 이끈 영화 '애자'(2009) 이후 블록버스터, 로맨틱 코미디, 남들이 그를 보면 연기변신이라고 할 만한 작품 등 다양한 영화에 많은 출연 제의를 받았다는 그. 하지만 "궁금한 영화가 별로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단순해 보이는 '미나 문방구'를 택했다?
"'미나 문방구'는 다 읽고 나서 무척 개운했어요. 울고 났을 때 기분 같았어요. 개인적으로 '파랑 거'(최강희는 크로마키 기법 촬영을 위한 블루 스크린을 이렇게 귀엽게 표현했다) 앞에서는 자신이 없어요. 공감이 중요한 것 같은데 파랑 거 앞에서는 잘 못하겠더라고요. 전 영웅 영화도 안 좋아해요. 그럴 거면 차라리 굉장히 재미있는 것을 하고 싶죠. 무척 맛있는 음식을 여러 번 먹어서인지 이번에는 건강한 음식을 먹고 싶었어요. 다른 자극이 필요했는데 괜찮았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은 '건강한 음식' 같은 느낌
16일 개봉한 영화는 전직 공무원 강미나(최강희)가 아버지의 문방구를 억지로 떠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영화다. 골칫덩어리 문방구를 팔려는 미나와 이를 사수하려는 단골손님인 아이들, 그리고 초등학교 선생님 최강호(봉태규)가 소소하지만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소소한 추억 하나쯤은 있는 문방구.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단어이자 장소다. 최강희 역시 어린 시절이 생각날 수밖에 없다. 또 말 안 듣는 꼬맹이들과 몇 개월을 지지고 볶고 대치했는데, 요즘 유행하는 말로 추억이 돋았을 수밖에 없다. 그는 "어린 시절 보물창고"라고 문방구를 정의했다. 어린 시절 동무들과 함께한 놀이가 스쳐 지나갔다는 최강희. "저도 아이들과 많이 뛰어놀았죠. 해가 지고 집에 들어가면 엄마가 땟국물이 줄줄 떨어지는 걸 보고 씻고 밥 먹으라고 했던 게 기억나요."(웃음)
최강희는 어린 시절 여느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는 고무줄이나 공기놀이는 잘하지 못했다고 했다. "전 주로 피구나 얼음땡 같은 놀이를 했어요. 못하는 건 과감히 포기했죠. 요즘 휴대폰 오락도 아무리 꽂혀도 안 되는 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뭐를 다운받아도 안 되면 휴지통으로 보내버리죠."(웃음)
특별한 어린 시절 추억 또 하나. 초등학생이라면 한 번쯤은 해봤을 짝꿍과의 다툼도 없었단다. "짝꿍과 정말 친했어요. 금을 그어놓고 '넘어오는 물건은 다 내 거!' 뭐 이런 게 없었어요. 한 번은 공부 잘하는 친구와 앉았는데 답을 다 보여줘서 시험을 정말 잘 본 적이 있어요. 그때부터 사람을 잘 다뤘던 것 같아요.(웃음) 또 어떤 남자아이의 집 앞에 잠옷 바람으로 간 것과 짝과 안 싸워서 놀림당한 것, 코밑에 엄청나게 큰 점이 있던 친구 등이 기억나요."
어린 시절 추억을 쏟아낸 그는 한쪽 편에 자리한, 돌아가신 지 10년도 더 된 아버지 이야기도 꺼냈다. 최강희는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아빠 생각이 나서 울었다"고 회상했다.
"과거에는 엄마를 더 많이 챙겼어요. '엄마 불쌍해' '엄마 좋아' 등등. 모든 게 엄마 위주였어요. 하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아빠에 대해서 생각해봤죠. 외로웠을 수도 있겠고, 진짜 나를 좋아하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제 기억에서 아빠는 속을 썩인다고 생각했거든요. 엄마가 힘들어했으니까요. 아빠가 뭐 하고 있는 지도 몰랐어요. 여행도 혼자 다니시고, 집에도 잘 안 들어오시고…. 자유로운 분이셨죠. 지금 생각해 보면 멋있는 분인데 그때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호기롭게 '미나문방구'를 선택했지만 어려움은 있었다. 특히 아이들이 그렇다. "리허설에서 소리를 질러 아이들을 놀라게 했다고 해서 본 촬영에서도 똑같이 놀라지는 않아요. 더 깜짝 놀라게 해야 됐죠. 그래서 초반에는 목도 쉬었어요. 무서워해야 하는데 제가 약간 만만한 얼굴 상이잖아요. 좋게 말하면 편안하고 친근한 상이지만요."(웃음)
1995년 청소년 드라마 '신세대 보고서 어른들은 몰라요'로 데뷔한 최강희는 또 다른 청소년 드라마 '나'로 아역 상을 받기도 했다. "그때 나이가 스무 살이어서 아역 상이 약간 민망했다"고는 했지만, 이후 그는 연예계에서 승승장구했다.
◆시집 가라는 엄마…남친도 없는데 어쩌죠
막 성인이 된 딸이 다른 일도 아니고 연예인으로 진로를 정한 것에 부모님이 우려했을 것 같은데 전혀 걱정하지 않았단다. "학창시절, 제가 공부는 잘 못했지만 엄마는 걱정 안 하셨어요. 제 편에 맞춰 주셨죠. 오히려 지금 더 걱정하세요. 엄마가 달라졌는데 올해부터 시집 얘기를 하는 거예요. 교회도 다니시고, 또 신학대학도 다니시는데 주변에서 물어보시나 봐요. 그래서 뒤늦게 고민을 하고 있죠. 남자친구, 애인, 프러포즈, 남편, 아이 뭐 이런 순인데 1번부터 막혀 있는 상황이라 난감해요."(웃음)
결혼이나 연애에 대한 생각이 없는 것이냐고 하니 항상 작품을 하면서 사랑을 많이 받고, 상대 남자들에게도 작품 속에서 연애 감정을 느끼니 그렇게 연애에 목마르지 않은 듯하단다. 다만 결혼이나 연애보다 "이번 영화에 나오는 아이들이 정말 예뻐서 나중에 저런 아이 낳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긴 했다"고 웃었다.
같이 호흡을 맞춘 봉태규한테는 내려놓는 법을 배웠다고 좋아했다. "태규 씨가 '저는 숟가락만 얹고 가겠습니다'라는 말로 참여했어요. 그런데 현장을 정말 잘 즐기더라고요. 여러 가지 다양한 연기도 해보고, 아이들과 얘기하며 표정을 보더니 감독님한테 '쟤 표정 웃기니 저건 꼭 써먹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보고 나도 다음 작품을 할 때는 부담 없는 마음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아이들처럼 늘 초심을 잃지 말자는 말에 갇혀서 항상 긴장하고 열심히만 했는데 바꿔보고 싶어요."
진현철<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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