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호동락] 캠핑과 불

떼어놓을 수 없는 편리와 생존, 낭만의 도구들

불을 이용할 줄 알게 된 인류는 조리와 난방, 조광의 수단으로 적절히 사용하며 생물학적, 문화적 진보를 이끌어냈다. 불의 주된 용도는 놀랍도록 진보한 오늘날에도 달라진 것이 거의 없으며, 주거시설을 축약해 야외로 옮겨놓은 캠핑에서도 변함이 없다.

먼저 조리에 있어 가정과 다름 없이 간편한 휴대용 가스를 이용한 버너를 많이 사용한다. 구하기 쉽고 저렴하면서도 이용이 간편하기 때문이다. 다만 겨울철 등 추워지면 연료분사가 원활하지 않아 화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액체 연료(가솔린, 등유 등) 기구는 사용에 앞서 약간의 준비가 필요한 것이 단점이나 가스 연료의 화력 저하 같은 문제는 없다.

뭐니 뭐니 해도 캠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불은 장작과 숯이 타들어가며 내는 원초적 '장작불'이다. 부피와 무게도 크고 때로는 매캐한 연기를 동반하며 화력 조절이 어렵고 시기와 장소에 따라 사용이 불가능한 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캠핑의 매력으로 장작불을 꼽는다. 불을 지핀 화롯가에 둘러앉아 직화나 바비큐로 구이를 해먹을 수 있고, 추울 때는 온기를 얻고 밤을 밝힐 수도 있는 등 세 가지 기능을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다만 장작불은 직화구이 시 기름기가 많은 삼겹살 등을 조리할 때 불에 떨어진 기름이 불완전 연소하며 발생하는 그을음과 탄 고기 부위에 벤조피렌 등 발암물질이 발생할 수 있다. 또 화재 발생 위험도 있다.

겨울철 눈밭에서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풍경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야외용 난방기구 덕택이다. 실내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대류형 석유난로가 주로 이용되며, 압축 톱밥이라 할 수 있는 펠릿이나 장작을 이용한 재래식 난로들도 감성 캠퍼들에게 애용되고 있다.

텐트 안의 공기를 데우고, 온수 순환 매트를 이용한 온수 보일러 시스템이나 데운 물을 밀폐된 주머니에 담아 사용하는 유단포 등의 보조 난방 도구를 이용하면 추운 겨울 캠핑을 즐기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다만 가정과 달리 난방기구가 근거리에 위치하므로 환기와 취급 부주의로 인한 화재에 신경을 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밤을 밝혀주는 랜턴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야생의 밤은 두렵고도 불편한 시간이다. 요즘에는 대부분의 캠핑장이 전기 이용이 가능하지만 아직도 분위기나 멋스러움을 찾는 캠퍼들은 건전지 랜턴을 사용한다. 그러나 건전지 랜턴은 밝기가 어둡고 전지의 수명도 짧아 경제적이지 못한 것이 단점이다.

요즘은 휴대용 직류 전원장치, 일명 '파워뱅크'를 이용해 12V DC의 LED 조명을 많이 사용한다. 발광 효율 대비 전력 소모가 낮고 만족할 만한 밝기 등으로 부족함이 없다. 다만 강한 인공적 느낌으로 자연스러운 멋이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다.

캠퍼들 사이에서는 재래식 랜턴이 꾸준히 애용되고 있다. 100여 개의 재래식 랜턴을 소장한 캠퍼도 있다. 가압식 등유랜턴은 1910년 독일에서 모델이 개발된 이래 100년간 구조의 변형 없이 생산되고 있다. 원리는 밀폐된 연료통 안에 압력을 가해 내부 온도를 높이고 분사 압력을 확보한 뒤, 연료를 간접적으로 가열하여 유증기 상태로 심지에 분사해 불을 밝히는 식이다.

촛불 500개에 육박하는 밝기로 2차대전 때 독일군 랜턴으로 쓰였다. 오지 캠핑처럼 전기 이용이 불가능한 곳에서 그 위력을 발휘하는 랜턴이다. 이 랜턴은 밝기의 유용함을 떠나 그 점화과정이나 불을 보는 자체의 즐거움도 있다.

불이란 그 쓰임도 유용하지만 편리한 만큼의 위험도 동반하기에 사용자의 주의가 필요하다. 캠핑 장소가 야외인 만큼 상황에 따라 그에 적합한 불을 이용한다면 만족스러운 캠핑이 될 것이다.

손근수(네이버카페 '대출대도'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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