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칼럼] 조그만 배와 큰 배, 문제는 엔진

남태섭 대구 서부교회 목사
남태섭 대구 서부교회 목사

최근 N기업 영업사원의 대리점주에 대한 욕설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사회적 핫이슈로 떠올랐다. 또한 P기업 계열사 임원이 라면 맛이 없다며 항공사 여승무원을 때렸다가 사회적 망신을 당했고, 졸부인 제빵회사 회장은 차를 빼달라는 호텔 직원을 가죽지갑으로 때렸다가 국민적 공분을 샀다.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대리점주에게 제품 밀어내기, 떡값요구, 재고물품 강매, 인격모독 등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나 불공정 행위를 자행했다는 것인데 이러한 사실은 피해 대리점주가 온라인에 관련 녹취록을 올리고 이를 접한 네티즌들이 해당 글을 퍼 나르기 시작하면서 사회적인 이슈로까지 번지기 시작했다. 인터넷과 트위터 등 SNS라는 공론의 장을 통해 여론이 비등하자 언론이 이를 활자화하고 수사당국까지 조사에 착수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 세칭 'SNS 파워'가 세상을 뒤흔드는 양상이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는 슈퍼 갑의 지위 남용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이뿐만 아니라 이러한 일들은 일시적으로 사회적 관심을 받다가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묻혀 버리곤 한다. 뒷북치듯 관련법을 정비한다고 해서 이러한 일련의 사태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형태를 바꿔 다시 등장하고 사라질 뿐이다. 이런 상황 속에 비단 N기업 사태가 이렇게 확대될 수 있다는 게 오히려 의아하게 느껴진다.

N기업. P기업 사건은 사회적으로 커다란 교훈을 주고 있다. 바로 한 명의 조직원이 기업의 이미지를 죽인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네티즌의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사과 직후, SNS에는 순식간에 댓글이 1천300여 개나 올라왔다. 왜 그럴까? 사과의 진정성이 문제였다. 네티즌들은 대리점주에 대한 욕설과 밀어내기 매출 같은 '도덕불감증 경영'은 N기업의 기업문화인데, 어떻게 소유주가 참석조차 안 했느냐는 것이다. 어쩌면 N기업 사태는 한국 재계가 한 단계 도약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래전에 잔잔한 바다에 조그만 배와 큰 배가 나란히 가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풍경이 너무 평화로워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두 배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가는 것이 아닌가? 자세히 보니 두 배 사이에 연결한 줄이 보이고 조그만 배가 앞장서서 자기보다 몇십 배나 큰 배를 끌고 가는 것이었다. 한참 동안 이 광경을 보고 있노라니 '아무리 조그만 배라고 할지라도 아주 강하고 힘센 엔진이 있으면 자기보다 몇십 배나 큰 배도 끌고 갈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일일지라도 그 안에 신뢰라는 강력한 엔진이 있으면 아주 거대한 세상을 끌고 갈 수 있겠다'라는 묵상으로 이어졌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조그만 배, 큰 배의 문제가 아니라 세상을 끌고 갈 수 있는 강력한 신뢰의 엔진을 다시 장착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함께 한 곳을 바라보며 칭찬과 배려와 기도를 해야 할 때이다.

대구서부교회 목사, dgsbnt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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