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들이 사용했던 전통 종 주조기법으로 탄생한 갓바위 약사여래 범종'.
보물 제431호 '갓바위 부처님'으로 유명한 선본사(주지 덕문 스님)가 9일 '갓바위 약사여래 범종' 상향식을 열었다. 선본사는 근대사의 큰 상처인 일제강점기 이후 선조들이 만들었던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방식이 사라지고, 단 한 구의 종도 전통 종 주조기법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데 대해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한다. 이에 선본사가 나서 한서문화콘텐츠연구소(도학회 한서대 예술학부 교수)와 종종사(대표 전병식)와 더불어 밀랍과 자연재료를 이용한 범종 제작에 들어가 1년 만에 종을 완성했다.
덕문 스님은 "해방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선조들이 사용했던 기법으로 종이 만들어지 않았다"며 "종 형태도 소리도 아름다운 갓바위 약사여래 범종의 완성은 우리 현대 불교사에도 큰 획을 긋는 작품이 될 것이며, 갓바위와 함께 선본사의 소중한 보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범종은 외형 및 무늬가 특이할뿐더러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과 같은 방식으로 제조돼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 범종은 금시조 종두를 머리에 이고 있으며 왕권을 상징하는 용은 하층부로 배치했다.
종두는 종을 거는 장치인데 우리나라의 종두는 중국의 쌍룡 종두와 달리 상원사종(725년)부터 고려시대 말 중국인이 직접 와서 만든 것으로 전해지는 연복사 동종(1346년)까지 단룡의 형태로 이뤄졌다. 갓바위 약사여래 범종은 단룡 형태인 금시조 종두를 이고 있다. 금시조(가루다)는 용을 잡아먹고 불교를 수호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용(48마리)을 종 하단부에 배치하고, 금시조를 종두로 해서 불교적 의미를 강화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무늬도 특이하다. 백제 금동대향로(국보 제287호)를 연상케 하며, 하나의 연꽃송이로 종 몸통이 완성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좀 몸통에는 연꽃잎 무늬 위에 부처님의 형상이 새겨져 있으며, 상부의 연꽃잎들은 음향학적으로 소리를 조율하는 역할을 하도록 만들었다.
소리를 맑게 하기 위해 자연상태의 거푸집에서 종의 두께를 최대한 얇게 제작했다. 특히 소리가 울리지 않고, 과도하게 떠는 데서 오는 잡음을 막기 위해 종신의 상부를 정밀하게 제조했다.
선본사는 조상의 우수한 기술을 부활시키고, 더불어 새로운 형상으로 새 시대를 창조하자는 명분으로 갓바위 약사여래 범종 제작에 온 힘을 기울였다. 상향식 이후에는 종합적인 학술조사와 세미나를 진행해 역사'문화'종교적 가치를 좀 더 확인한 후 올 하반기쯤 국보 신청을 추진할 예정이다.
종 연구 및 제작에 나선 도학회 교수와 전병식 대표는 "종 제조에 적용된 방법이 전통 제조방식을 추구했지만 과거와 똑같은 방법을 사용했다고 할 수는 없다"며 "다만 밀랍과 흙을 기본으로 한 자연재료를 이용했으며, 현대의 제작공법을 일부 보조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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