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동전 던지기

둘 가운데 하나를 승자로 뽑을 때 자주 사용하는 동전 던지기는 기원전 1세기 로마시대 때 유행했다고 한다. 당시 동전의 앞면에는 절대 권위의 황제 카이사르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는데, 황제가 동의했다는 뜻에서 앞면이 나오면 이겼다.

동전 던지기는 축구에서 흔하다. 경기 시작 전, 공격권과 진영을 가릴 때 주심이 양 팀 주장을 중앙선으로 불러 면을 정하고 동전을 던진다. 국제대회에서는 FIFA(국제축구연맹) 동전을 사용하는데 앞면은 피파 로고, 뒷면은 페어플레이라는 낱말이 새겨져 있다.

동전 던지기의 확률은 50%다. 과학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한 TV 프로그램의 실험에 따르면, 학 그림과 숫자가 적힌 우리나라 500원짜리를 사용했을 때, 7대 3 정도로 학 그림 쪽이 많이 나왔다. 동전을 회전시키며 던지면 학 그림 둘레의 선이 공기 마찰을 더 받아서 그 면이 앞으로 나오도록 약간 기울어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세밀하게 따지면 앞뒷면의 그림과 올록볼록한 정도, 던지는 높이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 그러나 던지는 횟수가 많으면 이 오차는 무시해도 좋을 정도다. 어찌 보면 동전 던지기는 무식한 방법이거나, 또는 절대적으로 행운에 기대는 방법이긴 하지만 확률적으로만 따지면 가장 공평한 방법인 셈이다.

1991년 4월, 당시 유럽공동체(EC) 12개국 외무장관들은 유럽정치협력위원회 사무총장을 뽑는데 벨기에와 영국의 후보가 6대 6으로 비기자 동전 던지기를 통해 벨기에 후보를 선출했다. 사전에 임기 절반씩을 번갈아 맡기로 합의한 상태여서 결과 승복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보다 좀 더 가혹한 동전 던지기가 최근 끝난 필리핀 선거에서 있었다. 외신에 따르면, 인구가 1만 6천여 명인 필리핀 중부 산테오도로의 읍장 선거에서 두 후보의 득표가 같았다. 현행 필리핀 선거법은 동점일 때는 추첨 형태로 승자를 가리게 돼 있어 결국 동전 던지기를 했는데 다섯 번의 승부 끝에 집권자유당 후보가 이겼다는 소식이다.

우리나라는 선거에 따라 조금 다르다. 대통령 선거에서 동점자가 나오면 헌법에 따라 재적 의원 과반수가 출석한 국회 공개회의에서 투표를 통해 다수 득표자를 뽑는다.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장 등 선거에서는 연장자가 이기는 것으로 선거법에 규정돼 있다. 그러나 국회 선거와 연장자 당선 규정이 동전 던지기보다 더 공평하고 더 나은 방법인지는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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