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미국프로골프(PGA)에서 첫 승을 신고한 대구 출신의 배상문(27'캘러웨이)은 일찌감치 '일을 낼' 선수로 꼽혔다.
비록 태극마크는 달지 못했지만 프로 데뷔 후 특유의 장타와 정교한 퍼트, 강인한 정신력을 앞세워 한국에 이어 일본 프로무대까지 평정하며 실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의 자질과 가능성은 2012년 역대 해외 진출 선수 중 최고 조건으로 캘러웨이골프와 3년 계약을 끌어냈고, PGA 투어 진출 2년 만에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쾌거로 이어졌다.
부모의 권유로 잡은 골프채였지만, 그는 골프를 즐기며 세계정복을 향한 과정을 차곡차곡 걸어왔다.
야구를 좋아했던 소년은 6세 때 어머니가 쥐여준 골프채를 들고 대구 냉천골프장에서 처음으로 골프를 접했다. 야구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가고 싶다며 매일 어머니에게 떼를 썼던 배상문은 초등학교 3학년 때 골프에 입문하고서는 더는 야구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에 유년 시절 레슨은 1년에 그쳤다. 혼자 연습하고, 연구에 몰입했다. 주니어 대표 등 엘리트 코스를 밟지는 못했지만, 그는 물 흐르듯 골프를 받아들였다.
배상문은 "어릴 때부터 신동 소리를 듣지 않아 부담도 그만큼 적었다"며 "마음 편하게 골프를 한 게 좋은 성적을 내게 된 밑바탕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주니어시절까지 평범한 선수에 머문 배상문이었지만, 자신에게 골프채를 쥐여주고, 살던 집은 물론 자동차, 반지까지 몽땅 팔아 지극 정성으로 아들 뒷바라지에 나선 어머니(시옥희'57)에게 만큼은 실망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다. 시 씨는 국내 투어 대회에서 직접 골프백을 메고 전국을 돌며 가까이서 아들을 챙기는 등 '열성 엄마'로 '인생의 캐디'로 배상문의 뒤를 든든히 지켰다. 핏덩이였던 생후 6개월부터 혼자 '죽기 살기'로 키운 배상문은 시 씨 인생의 전부였다.
배상문의 진가는 2004년 한국프로골프(KPGA)에 발을 들여놓으며 발휘됐다. 2007년과 2010년 SK텔레콤을 제패하는 등 국내 대회에서 7차례 우승 트로피를 안았고, 2009년엔 2년 연속 상금왕에다 공동 다승왕, 최저 타수왕 등 4관왕을 차지하며 국내 무대를 평정했다.
이어 2011년에는 일본프로골프(JGTO) 상금왕까지 차지했다.
퀄리파잉스쿨 도전 삼수 만에 PGA 투어 출전권을 따낸 배상문은 지난해 미국 전역을 돌며 세계적인 선수들과 기량을 겨뤘다.
특히 지난해 3월 트랜지션스 챔피언십에서 연장 접전 끝에 아쉽게 루크 도널드(잉글랜드)에게 우승컵을 내줬으나, '겁 없는 루키'로 강력한 인상을 남기며 세계 정상 정복을 가시권에 뒀다.
배상문의 전매특허는 어느 선수와 붙어도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를 펼치는 '강심장'. 2009년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에서 일본의 골프 영웅 이시카와 료와 차세대 골프 황제로 입지를 다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꺾고 우승하며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했다.
자신감은 얻은 배상문은 일본 무대 최우수선수(MVP)까지 휩쓸며 승승장구했고, PGA 투어에서도 종전까지 준우승 1차례 포함 '톱 10' 세 차례를 달성하며 대성할 자질을 뽐냈다.
PGA 투어 2년차에 접어든 올해 배상문은 필 미켈슨(미국), 비제이 싱(피지) 등 유명 선수들을 지도한 릭 스미스를 새 스윙 전담코치로 두고 닉 프라이스(짐바브웨)와 오랜 기간 호흡을 이룬 맷 미니스터를 새 캐디로 맞는 등 세계 정복을 향한 걸음을 재촉했다.
드라이브 평균 거리에서 285.9야드로 PGA 투어 전체 선수 중 94위, 평균타수 71.186타를 기록, 74위를 달리고 있는 배상문은 페덱스컵 시즌 포인트 랭킹에서는 500점을 추가, 지난주보다 77계단 상승한 18위(769점)에 이름을 올렸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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