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방공무원의 사기가 말이 아니다.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잇단 자살 사건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벌써 전국적으로 네 명이나 목숨을 끊었다.
도내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 끊이지 않는 재난재해 속에는 늘 공직자의 고귀한 희생이 뒤따랐다. 구제역이 전국을 휩쓸었던 때도 그랬다. 밤낮없는 방역 활동으로 도내에서만 여섯 명의 동료 공직자를 잃었다. 지난해 구미 불산 사고 때에도 많은 공직자들이 말 못할 고초를 겪었다.
산불 진화, 수해 복구 현장에서도 인명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과로와 격무로 인한 중증 환자도 속출하고 있다. 도청에만 장기 투병 중인 동료들이 스무 명이 넘는다.
최일선에서 도민의 생명을 지키고 있는 소방공무원은 더욱 심각하다. 참사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3년간만 꼽아도 공사상자가 37명에 달할 정도다.
가장 큰 원인은 인력 부족이다. 재난재해는 급증하고 행정 수요는 폭주하는데도 인력은 몇 년째 거의 그대로다. 또 하나 문제는, 재충전할 휴식 기회가 좀처럼 없다는 것이다. 많고 많은 기념일 중에 공무원을 위한 날은 눈을 닦고 찾아봐도 없다는 것이, 이를 잘 말해 준다. 우리 도청도 그렇다. 전 공직자가 참여하는 단합행사 한 번 없다.
그래서 지난 11일 '도청 직원 및 가족 한마음 체육대회'를 6년 만에 다시 열기로 했던 것이다. 그동안 구제역 방역 활동, 불산 사고 수습, 산불 계도, 수해 복구 등으로 휴일도 반납한 채 묵묵히 일해 온 직원들이 모처럼 가족과 함께하는 여유를 가져보자는 취지였다. 그것도 평일이 아닌 휴일을 택해서 말이다.
준비 과정에서 고심도 많았다. 도민체전 기간 중이라 우려했지만, 개회식만 피하면 큰 문제가 없다는 주관 기관의 의견에 따라 그날로 정했던 것이다. 개최지 경산시 공무원이 동원될까 봐 사전에 방문하지 말아 달라는 통보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결국은 행사를 열지 못했다. 행사 이틀 전, 산불을 진화하던 산림청 헬기가 임하댐에 추락해 2명이 실종되고, 이를 구조하던 우리의 동료가 사망하는 참사 때문이었다. 도청 가족으로서, 동료로서 함께 애도해야 할 마당에 행사를 강행한다는 것은, 결코 우리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즈음 매일신문에서는 도청 직원들이 도민체전에는 관심이 없고, 직원 체육대회만 고집한다는 뉘앙스의 보도를 내놨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동료를 잃은 슬픔 때문에 부득이 행사를 취소한 것을 두고도, 마치 언론의 지적에 따라 그렇게 된 것처럼 후속으로 보도했다. 이는 우리 하위직 공무원들에게 큰 상처가 된 만큼, 참으로 유감스럽다.
"일 쌓여, 아침이 두렵다, 나에게 휴식은 없다."
"지금 심신이 너무 힘들다. 어떻게 살아갈지 모르겠다. 이곳이 내가 있어야 할 곳인가."
며칠 전 열차에 몸을 던진 어느 지방공무원이 일기장에 남긴 절규다. 모든 지방공무원의 심정이 함축돼 있는 듯해, 가슴이 아린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더 이상 하위직 공무원들의 희생이 없도록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 주기를 촉구한다. 언론에도 호소한다. 힘없고 소외된 우리 하위직 공무원들의 애환과 고충에 대해 더욱 따뜻하게 관심 가져 주기를.
임동혁/경북도청 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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