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 뉴스와 정신건강

현대사회를 흔히들 정보화 시대라고 한다, 혹자는 스마트 기기의 발전으로 20~30년 전 한 국가가 가졌던 정보의 양을 이제는 개인이 지니고 다닌다고 한다. 정보의 파급 속도 또한 고화질 영화 한 편을 1초에 다운받을 수 있는 5G 기술을 국내에서 개발하여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하니, 가히 광속이라 할 수 있다. 신문, 라디오, TV, 포털사이트로 대별되는 정보 전달 매체들의 다양성 또한 보통의 일반인들은 기억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채널망을 형성하고 있다. 그럼 이 엄청난 양과 다양성, 속도까지 갖춘 정보들이 과연 우리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일까?

뉴스를 한 번 살펴보자. 현대인은 하루 종일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뉴스에 노출되어 있다. 24시간 엄청난 뉴스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사이 법률상 뉴스 보도를 할 수 없는 케이블 채널의 유사 보도까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 뉴스의 양은 가히 쓰나미 수준이다. 그러나, 이러한 미디어 채널의 다양성과 양적 풍부함 속에도 질적인 문제로 들어가 보면 심각성은 가볍지 않다.

먼저, 뉴스의 보도 내용들이 너무나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다. 이제 자녀와 앉아 가족끼리 뉴스를 보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가 됐다. 정치꾼들의 싸움, 전쟁, 테러, 밀수, 폭행, 사기, 절도, 살인, 파산, 방화, 강간, 추행, 고소, 고발, 자살 그야말로 지옥의 보고서를 보여주는 듯하다. 50이 넘은 내가 보기에도 심장이 뛰고 공포감이 조성될 정도이다. 이대로라면 뉴스도 19금(禁)과 같은 연령 제한을 심각하게 고민하여야 한다. 이러한 정보가 19금이 적용되는 성인 음란물이나 폭력물과 다를 것이 무엇이 있는지 방송통신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방송심의위원회 관계자들에게 질의하고 싶다.

다음으로 다양성의 문제이다. 사회적인 이슈가 하나 발생하면 그 이슈가 다른 이슈에 가려질 때까지 유사하거나 같은 내용을 계속 반복한다. 똑같은 패널들이 지상파, 종편, 케이블, 신문, 포털 등을 가리지 않고 겹치기 출연하며, 거의 잡담 수준의 토론과 비평이라는 포장으로 24시간 아니 며칠, 대선 같은 이슈는 몇 달을 반복하며 쏟아낸다. 어쩌다 전문가는 다르겠지 하고 듣고 있다 짜증이 나다 못해 울화가 치밀어 꺼버린다. 토론하던 패널끼리 서로 고소 고발까지 하는 것을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러한 행태는 그러지 않아도 피곤한 대다수의 국민들에게는 전파 폭력이다.

뉴스의 차별성과 전문성 또한 문제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케이블 채널들의 유사 보도 논란은 근본적으로 모든 뉴스가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차별성과 전문성의 결여에서도 발생한 것이다. 뉴스가 무엇인가? 언론인들은 바로 이 문제를 고민하여 이 시대의 뉴스는 어떠하여야 하는지 언론관을 정립하여야 한다. 언론의 권리를 외치면서 자신의 올바른 정체성이라는 의무를 저버리지 않아야 한다.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하면 '뉴스는 희망'이어야 한다. 삶에 찌든 우리 국민들이 듣고 보고 희망을 지닐 수 있는 뉴스가 되어야 한다.

사회의 어느 부분인들 이상과 같은 명암들이 없겠는가. 그러나, 언론의 영향력은 국민에게 지대하므로, 그 역할 또한 엄중하고 막중하다. 보도에서 선행을 전파하면, 일정 기간 사회적으로 선행이 이어지고, 학생들의 불미스러운 자살이 보도되면 유사 사건이 줄을 잇는다. 미디어를 통한 정보와 뉴스가 우리 국민 정신건강에 얼마나 직접적이며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모든 연령대들이 너무나 가볍게 정보를 습득하는 21세기 스마트 시대에 언론인들의 책무는 종교인만큼이나 무겁다고 하겠다. 뉴스 정보와 국민 정신건강 특히, 자라나는 이 시대 청소년들의 정신건강과의 상관관계를 이 시대 언론인들은 또 다른 과제로 숙고하여야 할 시기가 왔다.

중국 진(晉)나라 때 학자로서 춘추학(春秋學)을 집대성한 두예(杜預)가 쓴 "간략하면서도 분명하다. 기록했으되 숨겨져 있다. 완곡하면서도 문체를 이루었다. 완전히 표현하면서도 뜻을 굽힘이 없다. 악을 징계하고 선을 권장한다"라는 '춘추'의 기술 태도를 한 번 음미해 보도록 언론인들에게 권해 드리고 싶다.

변준석/대구한의대 의료원장 bjseok@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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