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하모니카 선율로 장애인에 희망을"…'하모니카 아저씨' 김규간 씨

복지시설 방문 10년째 연주 봉사…강의 나가는 대학엔 장학금 기탁

"몸이 불편하거나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들이지만 하모니카를 불어주면 얼마나 즐거워하는지 몰라요."

대구 수성구 복지시설 애망원 2층 믿음방. 지체부자유아와 지적장애인 15명은 동요 '섬집아기'의 하모니카 선율에 신이 났다. 아이들은 즐거움에 못 이겨 손뼉을 치기도 하고 몸을 이리저리 비틀기도 했다. 아이들은 10곡의 하모니카 연주가 모두 끝나자 한 곡만 더 연주해 달라며 자신의 손바닥에 곡목 '마법의 성'을 적어 보였다. 아저씨는 기쁜 마음으로 '마법의 성'을 하모니카 선율로 들려줬다. 애망원 아이들에게 '하모니카 아저씨'로 불리는 김규간(60) 씨. 그는 매달 한 차례 이곳 아이들을 위해 5년 넘게 하모니카 연주봉사를 하고 있다. 그는 연주봉사에 나서면 항상 하얀 셔츠에 나비 넥타이를 맨다.

"비록 버려진 아이들이지만 영혼만은 정말 천진스러워요. 하모니카 연주 중에 아이들이 눈물을 많이 흘려요. 아마 얼굴도 모르는 엄마 생각이 나서겠지요."

아이들 중에 눈이 보이지 않는 한 여자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는 봉사하러 오는 김 씨의 발걸음 소리만 듣고도 '하모니카 아저씨 왔다'며 반길 정도라 한다. 그는 이런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이 그리워 매월 애망원을 찾게 된다고 했다. 그는 하모니카 연주에 들어가기 전에 아이들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러주면서 손을 잡는다. 하모니카를 불어보고 싶어하는 아이에게는 하모니카를 입에 물려주기도 한다. 그는 연주 봉사를 마치고 나면 아이들과 말벗이 되어주고 팔다리도 주물러준다. 또 점심을 먹여주고 양치질까지 도와준다. 한 번 애망원을 방문하면 4시간 정도 봉사를 한다.

"대부분 아이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팔다리가 뒤틀려 정상적인 곳이라고는 한 곳도 없어요. 바라보기만 해도 안쓰러워 마음이 아파요. 이런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게 큰 행복입니다."

이 밖에도 그는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어린이재단 초록우산에 성금 기부를 20년째 하고 있다. 지금껏 지정기부한 아이만도 3명. 한 명은 성인이 되어 그의 주례로 결혼식도 올렸다. 또 한 명은 대학을 졸업해 직장인이 되었다. 지난해 또 다른 한 아이와 인연을 맺어 매달 일정액씩 후원하고 있다.

그는 하모니카 동호회 '하울림' 회장을 맡고 있다. 회원들과 주기적으로 대구노인병원, 성보재활원, 청곡종합복지관, 인제재활원 등 4곳에서 10년째 하모니카 연주봉사를 하고 있다. 6'25전쟁 참전용사 추모기념식, 약령시한방문화축제, 지하철역 등 연주봉사도 매년 하고 있다. 또 그는 KT들꽃봉사단 회원으로 있으면서 보훈가족 집 도배, 노인복지시설 급식 도우미 등 활동도 해오고 있다.

KT에서 30년 직장생활을 하기도 한 그는 대구보건대 외래교수로 19년째 강의하고 있다. 받은 강의료 일정액은 매년 장학기금으로 대학에 기탁하고 있다. 그는 봉사활동으로 대구도시철도공사 감사패, 대구 수성구생활체육회 표창장을 받은 바 있다.

"한 달에 1만원이면 봉사와 사랑의 자격증을 딸 수 있어요. 앞으로도 하모니카 선율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전도사로 남고 싶어요."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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