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물 정상회의 참석차 태국을 방문한 정홍원 국무총리는 19일 치앙마이에 위치한 왕립 정원을 방문했다. 여기엔 희귀식물이 있는 대형 온실은 물론이고 각국의 동물들을 모아 놓은 사파리까지 마련돼 있다. 또 수십여 개 국가의 전통관과 태국 문화를 전시한 건물들이 세워져 있는 구간도 별도로 마련돼 있다. 그 규모가 어마어마해 전기차를 타고 3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야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정원은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의 80세 생일을 기념해 준비한 선물이다. 태국 최고의 권력을 갖고 있던 인사가 국민적 권위를 존중해 국왕을 향해 사재를 털어 큰 선물을 헌납한 셈이다.
태국은 입헌군주국으로 내각책임제 성격을 띠고 있다. 왕권이 살아 있는 대신 국정 운영은 모두 총리 소관이다. '권력'은 총리에게 있으나 국가 '권위'는 전적으로 왕에게 쏠려 있다. 이 때문에 권력자가 실기를 하더라도 국가 권위만은 좀처럼 요동치지 않는다.
우리나라 '윤창중 사태'가 대비됐다. 공원을 순회하던 중 총리실의 한 직원의 말 때문이었다. 그는 "이번 출장에서 공무원들은 커피 이상의 음료는 절대로 마시지 않기로 했다"고 공언했다. '커피 이상의 음료'라고 에둘러 표현했지만, 속뜻은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 일(윤창중 사태) 이후 첫 외유기 때문에 모든 시선이 우리에게 쏠리고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윤 전 대변인이 청와대 실세였다는 이유로 예봉이 대통령까지 겨누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태국 방문 중 총리실의 '금주 선언'은 이해 가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번 '금주 선언'은 대형사고 뒤 이어진 사후 미봉책에 불과하다. 윤 전 대변인 사태는 이미 국가의 권위와 권력을 한꺼번에 추락시킨 전례 없는 일로 돌이킬 수 없게 돼 버렸다.
그래서 권력자 일부의 이미지 실추가 국가 권력과 권위를 동시에 떨어뜨리는 사태가 재연되는 것을 사전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일환으로 책임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태국 치앙마이에서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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