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 주 알링턴 국립묘지는 국민들에게 성지처럼 여겨지는 공간이다. 이 묘지는 포토맥 강을 사이에 두고 수도 워싱턴과 마주하고 있다. 1864년 남북전쟁 당시 전사자를 묻은 것이 시작이었다. 2.5㎢(76만 4천 평)의 대지위에 1'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 베트남전을 거쳐 최근 이라크전쟁 전사자까지 22만 5천 명의 전몰 용사와 국가 유공자들이 묻혀 있다.
"국가가 나를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묻지 말고 내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물으라"는 명언을 남겼던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도 이곳 케네디 묘역에 자리 잡았다. 케네디 묘역에서 바라보면 이곳이 왜 미국인들에게 성지인가를 바로 느낄 수 있다. 이곳에 서면 링컨기념관과 2차대전기념비, 워싱턴기념탑에서 국회의사당까지 미국의 자유와 역사의 발자취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미국을 방문한 외국 원수들에게도 단골 메뉴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6일 이곳을 찾아 참배했다.
참전 용사라면 누구나 이곳에 묻히고 싶어 하지만 아무나 묻힐 수 없는 곳이다. 전사자건, 국가 유공자건 생전에 중범죄를 저질렀다면 알링턴 국립묘지에 묻힐 수 없다.
일본인 도조 히데키는 일본 제국 전체를 전쟁으로 몰고 갔던 인물이었다. 1937년 중일전쟁의 틀을 잡았고 총리가 되자마자 1941년 12월 7일 진주만 공격을 명령해 태평양전쟁을 일으켰다. 이타가키 세이시로는 1931년 만주사변을 일으킨 주모자였다. 이들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극동 국제 군사재판에서 A급 전범으로 사형 판결을 받고 처형됐다. 이들의 사체는 유족에게 반환되지 않고 화장된 후 유골은 태평양에 뿌려졌다.
1978년 일본은 사형 판결을 받아 집행됐거나 옥중에서 사망한 이들 14명의 전쟁범죄자를 야스쿠니신사에 합사했다. 독일이 나치 잔당을 끝까지 추적해 소탕하는 동안 일본은 동경 한복판의 신사에 전쟁을 일으키고 온갖 만행을 일삼았던 A급 전범의 추도 시설을 만든 것이다. 어느 나라의 기준에서 보더라도 이들은 국립묘지 근처에도 갈 수 없는 범죄자일 뿐이다.
아베 일본 총리가 미국인들이 알링텅 국립묘지에 가는 것이나 자신이 야스쿠니를 참배하는 것이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한 나라의 총리가 전몰 용사와 전쟁범죄자를 구별하지 못한다니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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