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진(15'대구 수성구 황금동'동도중학교 3년) 군의 작은방에는 파충류나 곤충들로 가득하다. 책상과 침대, 책장 사이에 놓여 있는 크고 작은 사육장엔 도마뱀을 비롯해 전갈과 거미가 자라고 있다. 권 군은 이런 동물 친구에게 푹 빠져 산다. 잠을 잘 때도 도마뱀과 한 침대에서 함께 잔다. "하루 종일 지켜보고 있어도 지겹지가 않아요.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비어드 드래곤 도마뱀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여간 귀여운 게 아니에요."
권 군은 동물 이야기가 나오면 말이 많아진다. 나직한 목소리의 톤까지 올라간다. 특히 파충류나 곤충류 이야기가 나오면 끝이 없다. 아는 것도 많다. 척척 박사다. 곤충과 파충류는 권 군에게 친구다.
"주인을 알아봐요. 장난 치는 것 다 받아주는 걸요. 잘해주면 말도 잘들어 같이 놀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제가 많이 위로 받고 위안 받아요. 친구죠 뭐."
도마뱀 4마리(레오파드 게코 3마리와 비어드 드래곤 1마리)와 거미 2마리(셀먼과 화이트니 각각 1마리), 그리고 전갈 5마리(아시안 포레스트 1마리, 극동전갈 4마리) 등 11마리. 권 군이 '집 안'에서 기르고 있는 동물 친구의 명단이다. 레오파드 게코 도마뱀은 유난히 힘이 잔뜩 들어간 눈매가 인상적이다. 발바닥을 맞잡고 있는 포즈가 웃음을 자아낸다. 특히 도마뱀은 손바닥만한 몸집을 갖고 있지만 왠지 모를 기분 나쁜 표정으로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권 군은 파충류나 곤충은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고 소음도 없어 실내에서 키우기에 그만이라고 했다.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 그는 "컴퓨터나 게임기와는 달리 곤충은 살아있는 생명체이다. 곤충이 조금씩 성장해 가는 것을 보면 생명의 신비함을 느끼게 된다. 파충류나 곤충을 키우고 꾸준히 관찰하다 보니 공부할 때 집중력이 높아진 것 같다"고 했다.
권 군은 키우기 쉽고 깔끔하다는 것이 곤충 키우는 매력의 전부는 아니라고 했다. "곤충의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은 알에서 애벌레와 번데기로, 번데기에서 다 큰 성충으로 모양을 바꾼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마뱀을 키우고 있는 권 군은 되레 자신이 도움을 받는다고 했다. "힘든 일이 있을 때면 녀석들에게 털어놓고 위로를 받습니다. 녀석들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마치 사람 눈을 바라보는 것처럼요.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눈을 잘 마주치지 않아요. 세상이 평화로워지려면 서로의 눈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말이지요."
예전에는 더 많은 곤충이나 파충류를 키웠다고 했다. "공부할 때라 친구나 지인들에게 분양했어요. 언젠 될지 모르지만 더 많은 곤충과 동물을 키우고 싶어요. 1m가 넘는 사바나 모니터 도마뱀 같은 …."
권 군은 어릴 때부터 곤충을 좋아했다. 벌레를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유치원 다닐 때는 곤충을 잡아 집으로 가져왔어요. 쥐며느리와 매미, 잠자리, 나비 등. 물론 엄마 몰래 가져왔지요."
동물을 좋아하면서 만화보다 동물과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즐겨봤다. 권 군이 본격적으로 동물을 키우기 시작한 것은 초교 5학년 때부터. "생일 선물로 도마뱀을 입양했는데, 레오파드 게코 도마뱀이었어요. 세 마리를 부화해 친구들에게 나눠줄 정도로 열심히 키웠어요. 그 도마뱀과는 정도 많이 들었는데…."
갈수록 동물이 늘었다. 도마뱀과 개구리, 거미, 전갈 등 종류도 다양했다. 한때는 도마뱀이 10여 마리 정도로 늘었다. 가족 가운데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다. 엄마였다.
"손바닥 만한 팩맨 개구리를 키웠는데, 먹이인 죽은 쥐를 냉장고에 넣어 놓았는데 어머니가 그것을 발견하고 '당장 버려라'고 야단쳐 결국 팩맨까지 친구에 분양해야 했어요."
에피소드는 또 있다. 강아지가 곤충이나 파충류 먹이인 밀웜(딱정벌레 유충)을 키우는 통을 넘어뜨려 밀웜이 한동안 온 집안을 누비고 다니기도 했으며, 도매뱀이 탈출해 온가족이 2시간 동안 찾은 적도 있었다.
처음 곤충 키우는데 반대했던 아버지 권철녕(47) 씨는 "우진이가 도마뱀을 키우면서 컴퓨터 게임도 줄이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등 더 어른스러워졌다" 며 "성격도 차분해지고 정서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고 만족해 했다. 그러나 동생 동희(13) 양은 한 술 더 떴다. "작은 파충류는 싫어요. 비단뱀 같은 큰 동물을 키우고 싶어요." 권 군의 장래희망은 생물학자이다. "동물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즐겁고 재미있고, 또 같이 있으면 행복해 동물과 관련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사진'박노익 선임기자 noi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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