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물의 세계] 초여름 열사병

반려동물도 사람과 같이 기온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개는 열 발산을 피부를 통해 할 수 없어 더위에 더욱 약하다. 몸에 땀샘이 있는 곳은 코와 발바닥. 그래서 열 발산은 호흡을 통해 하고 있다. 조금만 움직이거나 운동을 하면 혀를 길게 빼고 헉헉거린다. 그래서 더운 낮에는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운동을 꼭 해야 할 경우에는 반드시 물을 충분히 먹이고 반려견이 힘들어하면 시원한 그늘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도록 해야 한다.

보호자와 반려견이 같이 있을 때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겨울이나 초봄에는 날씨가 추워 반려견을 차에 두고 창문을 조금 열어두고 1시간 정도 있어도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낮 온도가 30℃를 넘어서면 사고가 발생한다.

48㎏ 정도 체중이 나가는 거구의 수컷 도사견이 건강 검진을 위해 내원했다. 동물병원은 대부분 오전 9시 30분에 문을 연다. 기다림에 지친 보호자는 도사견을 승용차에 두고 사우나를 갔다. 도사견은 승용차 안에서 2시간 정도 물도 먹지 못했다. 보호자가 승용차 문을 열었을 때 도사견은 쓰러져 있었으며 몸에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전형적인 열사병 증상으로 판단한 보호자는 도사견에 찬물을 뿌려 경련이 심한 상태로 내원했다.

병원에서 체온을 체크하니 41도가 나왔다. 심박이 많이 떨어져 있었으며 저혈압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수액을 달고 산소를 공급하고 겨드랑이와 서혜부에 얼음팩으로 마사지를 하고 주사 처치를 했다. 8시간 정도 지나니 고개를 들고 물을 먹을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정말 큰일이 날뻔한 사고였다.

대부분 사람들은 날씨가 쌀쌀한 아침 온도를 생각하고 낮 시간에 기온이 상승한다는 것을 가끔 잊어버린다. 그래서 아침 날씨만 생각하고 차 안에 반려견을 그대로 둔 채 일을 보러 가는 경우가 많다. 반려견의 본능은 주인이 없으면 불안해하고 주변에 사람이 지나가면 짖고 흥분을 해 더더욱 열이 많이 난다. 결국 반려견은 탈진하고 열사병에 걸리게 된다.

또 여름에 일사병에 걸려 내원한 경우도 있다. 겨울에 방에서 계속 생활하다 보니 피부에 이상이 생겼다. 피부병은 햇볕을 못 쬐어서 생긴 것으로 알고 현관 앞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일광욕을 하라고 목줄을 현관 앞에 묶어두고 외출했다. 오후에 보호자가 집에 왔을 때는 혀를 길게 빼고 힘없이 축 늘어져 있는 상태였다는 것. 병원에 왔을 때는 동공이 풀어지고 체온이 41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일사병 진단을 내리고 응급처치를 했다.

최동학(대구시수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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