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캠핑장, 검은색 무쇠 '더치오븐'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을 확인한 와이프와 나는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다. 책 읽는 재미에 빠진 것도 잠시, 바람결에 실려 오는 음식 냄새가 후각을 자극한다. 맛있는 냄새다. 점점 정신이 혼미해진다. 하지만 참고, 또 참고 기다린다. 맛있게 익을 때까지. 그리고 음악을 들으며 맛있게 저녁식사를 즐긴다. 나는 더치오븐으로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지 않고 여유롭게 요리할 수 있는 것이 더치오븐이다.
며칠 전 간 첫 캠핑에서도 더치오븐으로 '로스트 치킨'(roast chicken)을 했다. '로스트 치킨'은 '비어캔 치킨' '나비닭'과 함께 캠핑장에서 즐기는 3대 치킨요리 중 하나다. 조금 생소하고 낯선 이름이지만 레시피와 요리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가정용 오븐에서 190℃로 요리하면 30분이면 끝이다. 그만큼 쉽게 요리할 수 있다.
더치오븐 사용 또한 마찬가지다. 타오르는 불과 떨어지는 기름과의 사투를 벌여야 하는 삼겹살 굽는 것보다 조금 더 쉽다.
캠핑장이나 서부영화 등을 보면 모닥불 위에 걸어 놓은 검은색 무쇠 또는 주철 냄비를 한 번쯤은 보셨으리라 생각한다. 그것이 더치오븐이다. 야외건 주방이건 가스레인지나 오븐, 야외의 모닥불, 숯까지 어떠한 열원도 가리지 않는다. 무수분, 무유분 요리가 가능하다. 뚜껑의 묵직함 때문에 압력 기능은 물론 끓을 때 발생하는 수증기로 워터실 기능까지 겸비하고 있는 최고의 조리기구다. 굽기와 볶기, 튀기기, 삶기, 찜, 탕, 조림, 훈제 등 모든 요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가격과 무게, 그리고 조금은 귀찮은 관리까지 생각하면 살짝 꺼려지는 장비이기도 하다. 그러나 더치오븐이 주는 여유로움과 낭만, 그리고 더치오븐으로 요리한 음식을 한 번이라도 맛본 사람이라면 이 정도의 수고스러움은 감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로스트 치킨의 두루뭉술한 레시피를 소개한다. 깨끗이 씻은 중닭 한 마리와 갖은 채소, 올리브 오일, 그리고 '드라이 럽'(dry rubs)이라 불리는 향신료를 섞은 가루 등이다. 럽은 미리 넉넉하게 만들어 놓고, 그때그때 사용한다. 필자가 사용한 럽은 소금과 설탕, 마늘, 양파, 로즈마리, 파슬리, 후추, 강황가루 등인데, 가끔은 시중에 파는 허브소금만 사용하기도 한다.
깨끗하게 정리한 닭과 큼직하게 썰어둔 야채에 준비한 럽을 골고루 바르고 약간의 올리브 오일로 코팅해서 더치오븐에 담는다. 남는 야채는 닭 배 속에 넣어 주면 된다.
가스버너나, 모닥불, 또는 숯불에 올려 김이 날 때까지 센불로 가열한다. 이때 더치오븐은 뚜껑에 열을 줄 수 있다는 특성을 살려, 뚜껑 위에 숯이나 차콜 등을 올려 윗불을 주면 더 맛있는 요리가 된다. 김이 모락모락 나면 중'약불로 줄여 30분 정도 더 익힌다.
그러고는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신기한 마술도 알고 나면 별거 아니듯, 더치오븐 요리 또한 의외로 단순하다.
야외에서 먹는 삼겹살과 목살도 좋지만 가끔은 삼겹살보다 더 간단한 더치오븐 요리를 권하고 싶다. 다가오는 주말, 날씨가 좋으면 당일치기라도 좋다. 가족들을 위해 '아웃도어 셰프 아빠'로 변신해 보는 것 어떠십니까?
김지환(네이버 카페 '대출대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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