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을 따라 영주로 향했다. 시골길이라 그런지 바람 냄새가 좋았다. 계절마다 바뀌는 풍경이 있어 시골 자전거 여행은 지루하지 않고 즐겁다.
이번 목적지는 '소수서원'. 경북 영주시 순흥면 내죽리에 있는 서원이다. 5대 서원 중 한 곳이며, 우리나라 최초로 임금이 이름을 지어 내린 서원이기도 하다. 조선 중종 때 '백운동서원'이라 하였다가 명종 51년(1550년)에 퇴계 이황 선생의 건의로 소수서원이라 하였다고 한다. 사적 제55호이다.
소수서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겉과 속이 모두 붉다 하여 적송이라 부르는 적색 소나무 수백 그루가 서원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소나무는 언제 봐도 기품이 있다. 소나무처럼 어려움을 이겨내는 참선비가 되라고 이 소나무를 '학자수'라고 불렀다고 했다.
또 500년이 족히 된 은행나무도 묵묵히 서원을 지키고 있고, 그 옆으로는 죽계천이 흐르고 있었다. 물소리가 청량했다. 숲 속에 지어진 건물은 '취한대'. 퇴계 선생이 그곳에서 시를 짓고 터를 닦았다고 해서 이름 붙였다고 한다. 주위에 있는 돌다리도 참 예뻤다.
유생들이 강론을 듣던 곳도 있었고, '일영대'라고 하는 해시계도 있었다. 또 경렴정과 유학생이 기거하던 곳(학구재·지락재·직방재·일신재)이 있었다. 보물 제1402호로 지정된 문성공묘(안향 선생과 주세붕의 제를 모시는 곳)와 국보인 최헌 초상화, 보물 5점, 도유형문화재 3점을 전시하는 유물전시관도 있었다. 옛 성현을 생각하며 둘러봤다.
소수서원은 그저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곳으로만 생각하고 갔었는데 큰 규모와 서원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환경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리고 유생들이 학문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이 너무나 잘 갖춰져 있어 많은 인재가 나왔으리라고 생각을 하니 다시금 조상들의 세심한 배려에 고개가 숙여졌다.
이날도 초교와 중·고교 학생들이 단체로 관람을 하고 있었다. 특히 소수서원에 대한 선생님의 설명에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하며 열심히 듣고 질문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예뻐 보이던지. 선비정신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잘 받아들여 장차 우리나라의 동량이 되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다.
소수서원을 관람한 뒤 자전거를 타고 조금 더 올라가니 선비촌이 있었다. 가는 도중에 금성대군의 신단도 있었다. 자전거 여행과 함께 선비문화와 정신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
영주에 가면 유독 은행나무가 많이 보인다. 영주시목이 은행나무이기 때문이다. 곳곳에 은행나무가 있다. 소수서원으로 가는 도로 곳곳에도 가로수가 다 은행나무였다.
선비의 고장 영주. 옛 선현의 풍류와 멋을 느낄 수 있었던 소수서원과 선비촌을 돌아보면서 왜 영주가 선비의 고장인지 알 것 같았다. 서원을 여행하면서 느낀 점은 관광객을 위한 배려였다. 다른 곳에서도 이런 배려를 본받아야 할 것으로 생각됐다. 이번 여행은 잠시나마 과거로 돌아가 옛 선현들의 선비정신을 조금이나마 알고 깨달은 시간이어서 더 뜻깊은 여행이었다.
윤혜정(자전거타기운동본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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