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5개 시·도 '승복 합의' 앞서 공정한 조사기준 내놓아라"

신공항 해법은?…대구경북, 정부 '전제 조건' 담보된다면 수용 의사

대구경북'부산'경남'울산 5개 시'도 간 '합의'가 남부권 신공항 건설의 관건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가 남부권 신공항 수요 조사 용역 발주에 앞서 '5개 시'도가 수요조사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사전 합의해야 한다'는 요구 사항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수요 조사라면 정부 방침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지자체 간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최종 합의는 속단할 수 없는 형국이다.

◆합의의 전제조건

국토교통부는 21일 세종시 청사에서 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 등 영남권 5개 시'도 교통담당 국장이 참석한 가운데 신공항 수요조사 착수를 위한 설명회를 열고 5개 시'도 광역자치단체장의 사전 합의를 요구했다.

국토부는 이날 회의에서 ▷과업 기간 1년 ▷용역 대상 동남권 5개 시'도 공항 한정 ▷과업 주요 내용(포화시기 산정 등) ▷용역 수행에 외국 기관 참여 등 수요 조사 개요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대해 권오춘 대구시 교통국장은 "남부권 신공항 수요를 있는 그대로 예측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과 잣대를 적용해 수요조사를 실시한다면 정부 방침을 수용해 5개 시'도 간 합의를 위해 노력할 수 있다"며 "주요 조사 내용이 나오는 대로 대구시 입장을 최종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강주열 남부권범시도민신공항추진위원회 위원장 역시 "정부가 신공항 포기를 미리 염두에 두고 실시하는 엉터리 수요조사가 아니라 외국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누구라도 믿을 수 있는 신뢰성을 담보한다면 5개 시'도가 합의할 수 있다"며 "다만 수요 조사에 1년이나 걸릴 이유가 없다. 최대한 앞당기고 남부권 신공항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보다 광범위한 기준의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합의의 걸림돌

5개 시'도 가운데 유독 부산 시민단체와 언론은 정부의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사전 합의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수요조사 대상 공항이 김해'울산'대구'포항'사천공항 등 기존 영남권 5개 공항으로, 기존 공항에 대한 수요 조사로는 남부권 신공항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다.

또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면서 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객관적인 결과를 내면 사후에 지자체와 국민이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지, 사전에 결과에 대한 무조건적 합의를 요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정부의 요구를 아예 거부하느냐 아니면 신공항 수요를 보다 정확하게 조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조건부 수용을 하느냐를 놓고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측은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신공항은 여러 지자체가 관계된 사안으로 검토 과정에서 공정성, 객관성,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에서는 용역기관 선정, 용역 절차 등 용역 제반사항에 대한 지자체 간 합의 내용을 바탕으로 용역을 시행하고자 하며 이러한 과정에 따른 용역 결과가 다시 논란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용역 결과에 대한 수용이 전제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 2011년 당시 이명박정부가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한 데에는 경제적 이유보다 지자체 간 갈등이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한 만큼 지역 갈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미다.

대구시 관계자는 "정부의 입장은 앞으로도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부산시에서 주장하는 내용 또한 전혀 무시할 수는 없다"며 "현실적으로 중요한 점은 5개 시'도가 정부를 압박해 남부권 신공항 건설을 전제로 한 정부 수요 조사를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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