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떻게 오셨어요. 아~, 그러면 이쪽에 앉으셔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제가 도와 드릴게요."
대구은행 계산동지점으로 들어서는 고객을 가장 먼저 맞이한 직원은 여성 경비원인 안민재(22) 씨다. 중'고등학교 시절 태권도 선수로 활동한 안 씨는 재능을 살리고 다양한 경험도 할 수 있다는 선배 경비원의 조언을 듣고 경비원의 길을 걷게 됐다.
◆특기도 살리고, 다양한 경험도
여성 경비원 중에는 안 씨처럼 특기를 살려 여성 경비원이 된 경우가 많다. 대구은행 서부산지점에 근무하는 이수현(30) 씨는 특전사 부사관 출신이다. 공수 훈련 도중 무릎을 다치는 바람에 제대하게 된 그녀는 제복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여성 경비원이 됐다.
대구은행 메트로팔레스지점에 근무하는 최은정(26) 씨는 대학에서 경호학을 전공한 뒤 지난해 여성 경비원으로 입사했다. 최 씨는 "단순한 경비 업무를 떠나 고객을 안내하고 고객이 필요한 것을 도와주는 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여성에게도 적합한 직업"이라며 은행 경비원 업무의 매력을 자랑했다.
그동안 남성들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던 은행 경비원 분야에도 여성들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구은행에 따르면 2008년 13명이었던 여성 경비원이 2009년 14명, 2010년 19명, 2011년 27명, 지난해 32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전체 경비원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8년 6.4%에서 지난해 14.5%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여성 경비원이 증가하는 이유는 은행 환경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보안시스템이 잘 구축되면서 남성 경비원의 필요성은 많이 감소하고 있다. 반면 고객 만족이 최고의 덕목으로 떠오르면서 여성 경비원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다.
친절한 경비원의 이미지가 강조되면서 여성 경비원들이 갖추어야 할 중요한 자질 중 하나는 CS(고객 서비스) 마인드다. 대구은행이 용역업체에 의뢰해 여성 경비원을 채용할 때 가장 강조하는 부분도 고객 친절도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은행 영업 환경이 바뀌면서 경비원들의 업무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고객의 은행 업무를 도와주고 금융상품 안내도 해준다. 고객을 맞이하는 것이 경비원들의 주된 일이 되면서 친절 마인드가 직원 선발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 경비원은 지점의 얼굴
여성 경비원들은 고객 응대의 최접점에 서 있다. 그래서 지점의 얼굴이라는 자부심이 강하다. 이 씨는 "무엇이든 첫인상이 참 중요하죠. 지점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사람은 경비원입니다. 그래서 늘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해요"라고 말했다. 이 씨는 지난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친절도 조사에서 2등을 차지해 올 1월 정규직원으로 특별 채용됐다.
안 씨는 "고생한다며 음료수 등을 건네는 고객들이 있다. 저를 손녀 또는 딸처럼 대해주시는 어르신 고객들이 많아 더욱 힘이 난다"고 말했다. 지점 반응도 좋다. 여성 경비원을 요청하는 지점이 많은 반면 여성 경비원을 남성 경비원으로 바꿔 달라는 요청이 접수된 적은 없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상큼한 미소와 친절로 무장을 했지만 여성 경비원을 얕잡아 보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다. 이 씨는 태권도, 합기도, 공수도를 두루 섭렵한 무술 고수다. 특히 그녀는 2007년 부산의 대형마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할 당시, 경찰과 함께 어린이 유괴범을 검거하는 성과를 올렸다. 최 씨도 태권도 4단, 신변보호사 2급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안 씨도 태권도 유단자(4단)여서 어지간한 남자는 제압할 수 있다. 또 이들은 보안 업무를 원만히 수행하기 위해 가스총 사격 연습 등의 고강도 훈련도 주기적으로 받고 있다.
이 씨는 "아가씨 때문에 다른 은행 안 가고 여기 온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저로 인해 부산에서 대구은행의 인지도가 높아지는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최 씨는 "가끔 당황스러운 경우도 있지만 도와줘서 고맙다며 손을 잡고 감사의 뜻을 전하는 고객을 볼 때 좋은 직업을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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