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밀양 송전탑' 밤샘 대치 계속…한전 공사 강행 6일째

주민들 "너무한다" 분노…위문 방문객 줄이어

밀양 부북면 위양리 평밭마을 입구에서 마을 주민들이 나무 사이로 밧줄을 쳐놓고 물샐틈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뒤로는 트랙터와 경운기로 이중삼중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다. 노진규기자
밀양 부북면 위양리 평밭마을 입구에서 마을 주민들이 나무 사이로 밧줄을 쳐놓고 물샐틈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뒤로는 트랙터와 경운기로 이중삼중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다. 노진규기자

24일 한낮의 기온이 35℃까지 치솟은 밀양 부북면 위양리 평밭마을 입구. 이곳은 송전탑 자재가 올라가야 하는 화악산 아래 길목이다. 주민들은 나무 사이로 밧줄을 쳐놓고 물샐틈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뒤로는 트랙터와 경운기로 이중삼중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다. 가끔씩 장비를 나르는 헬기 소리가 날 때마다 주민들은 고개를 빼들고 무슨 일인가 하며 우려의 눈길을 나눴다. 주민들은 이곳 진입로 입구와 화악산 산 중턱 송전탑 부지 현장, 자재야적장 등 3곳을 인원을 나눠 밤을 새워가며 지키고 있다.

주민들은 힘없고 순박한 시골마을 사람들의 마음에 처음엔 그저 막연했던 원망이 점차 미움과 불신으로 가득 차고 있다며 한국전력공사의 공사 강행에 분노했다.

밀양 지역 765㎸ 송전탑 건설현장은 5일째 공사가 강행되고 있다. 한전은 24일 오전 송전탑 현장 8곳에 장비와 인력을 투입했다. 한전은 이 가운데 단장면 2곳과 상동면 1곳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나머지 단장면 2곳과 상동면 2곳, 부북면은 주민 반대로 공사가 차질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는 한전 측과 이를 막으려는 주민들이 마찰을 빚으면서 이달 20일 공사 재개 이후 부상을 입은 주민은 15명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한 주민은 "대화를 하자고 하는데도 공권력과 힘으로 밀어붙이는 한전이 너무한 것 아니냐"며 "우리가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것도 아니고 충분한 대안을 갖고 전문가들이 이를 검토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영길(76) 이장은 "한전의 공사 강행은 아무 명분이 없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지중화 3가지 대안에 대해 무조건 안 된다고 하고 있다"며 "언론에서 이를 바로 좀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진입로 입구에서 차편으로 10여 분 넘게 걸리는 산 중턱 송전탑 부지 현장에도 천막을 치고 주민들이 지키고 있다. 일부 주민은 이곳에서 밤을 새우고, 산을 내려간 주민은 오전 4시에 현장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주민들이 가장 염려하는 지역이다. 송전탑 부지 아래 자재야적장에도 주민들이 몸을 묶어가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곽정섭(67'여) 씨는 "살을 에는 추운 겨울에도 먹고 자고 3년을 버텨왔다. 한전이 장기전으로 돌입하며 주민들이 포기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남우 부북면 반대대책위원장은 "보상금을 미끼로 한 한전의 이중플레이에 주민들이 크게 실망했고, 한전의 면별 협상작전으로 3개면 대책위원장이 교체됐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부산에서 공직생활을 하다 병 요양을 위해 평밭마을로 들어왔으나 송전탑 공사가 알려진 2005년 이후 9년째 한전과 싸우고 있다고 했다.

송전탑 현장 입구에는 주민들을 지지하고 격려하는 각계의 방문이 줄을 이었다.

청도에서 유일하게 송전탑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는 각북면 삼평리 주민 10명이 24일 오후 밀양 부북면 위양리 평밭마을 산 중턱 농성현장을 방문해 주민들을 격려했다.

빵과 음료를 사들고 온 한 방문객은 "뉴스를 보고 모두 알고 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준비했다"며 "어르신들 절대로 몸을 다쳐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밀양'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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