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회원권을 가진 회원에서 총괄 사장이 된 사람이 있어 화제다. 칠곡군 왜관읍에 있는 세븐밸리CC의 김관영(54) 사장이다. 매일 잠바를 입고 잔디를 깎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카트 타고 과일 빙수나 음료수도 배달한다. 그는 내장객들에게 "음료수 드시고 홀인원 하세요." "음료수 드세요! 음료수! 시원한 과일 빙수 있습니다. 호출하시면 총괄 사장이 바로 달려갑니다"라고 한다. 판매 수입금은 모두 지역 다문화가정 돕기에 쓰인다.
김 사장은 전국 골프장으로는 유일하게 일반 회원이 이 골프장 총괄사장이 된 케이스다. 그는 자신이 직접 제작한 이동식 음료 배달 카트를 타고 내장객들한테 음료를 배달한다. 말이 사장이지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쓰고, 허름한 잠바와 운동화를 신고 음료 배달도 하고, 골프장 잔디 관리에도 나선다.
이달 13일, 세븐밸리CC 일반 회원에서 총괄사장으로 임명되기 전 김 사장은 건실한 중소기업체를 운영하고 있던 CEO였다. 산업용 송풍기를 제작하는 기업체(주식회사 정풍'왜관 소재)로 연 매출 50억원이 넘는 업체다. 그동안 세금도 성실하게 납부해 올해 3월 모범 납세자로 선정되어 국무총리상까지 받았다. 그런 그가 건실한 기업체를 놔두고 골프장 총괄사장이 된 것에 대해 주변의 놀라움은 컸다.
"창립 때부터 회원으로서 운영위원에 참여하면서 골프장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됐어요. 올해 운영위원장이 되고서는 직접 잔디를 깎고 코스를 돌면서 그린이나 코스 관리를 제가 직접 맡아서 하는 것을 회사가 눈여겨본 겁니다. 쉽지 않은 결정일 텐데, 제가 총괄사장을 하면 더 잘할 수 있다고 하니까 직접 경영해 보라고 하더군요."
그가 사장이 되고부터는 실제로 세븐밸리CC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가 시작했다. 코스, 잔디관리, 서비스 면에서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를 듣는다. 또 지역 다문화가정 돕기를 위한 모금 활동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모금액만 1천만원이 넘어섰다.
"내장객들은 저를 사장으로 알아볼 수도 없어요. 다들 잔디 손질하는 인부인 줄 알아요. 전 그런 평가가 좋습니다. 그런 평가들이 많아지면 우리 골프장 만족도가 좋아질 수밖에 없거든요."
그는 6월부터는 여성 골퍼들을 위한 레이디데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은 남자가 없는 골프장을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잔디 깎고, 음료수 들고 달려가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김관영 회원 출신 사장이다. 세븐밸리CC는 5월부터는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전홀 LED 조명으로 '밤손님'도 맞고 있다.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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