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역 노인학대 사례가 해마다 크게 늘고 있지만, 이에 대응할 인력과 시설은 부족해 대책이 시급하다.
지난해 경북지역에서 발생한 노인학대 509건 중 구타 등 신체적 학대가 164건(32.2%)으로 가장 많았고, 욕설 등 정서적 학대가 145건(28.4%)으로 뒤를 이었다. 주 가해자는 아들이었다. 아들이 46%, 딸이 13.9%, 배우자가 12.4%를 차지하는 등 가족이 가해자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는 가족 간 갈등이 노인학대의 큰 원인이라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주로 재산 문제가 갈등의 불씨가 된다. 자녀가 부모에게 재산을 내놓으라며 협박하거나 실제로 재산을 빼앗는 등 경제적 학대는 2009년 16건에서 지난해 56건으로 늘었다.
최근 눈에 띄게 늘고 있는 노인학대 유형은 자기방임이다. 식사를 소홀히 하거나 질병 치료를 중단하는 등 자기 학대의 하나로, 2009년 1건이던 것이 지난해 61건으로 크게 늘었다.
조영진 경북도의회 정책연구관은 "최근 농촌지역의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홀몸노인 및 빈곤노인 수도 증가하면서 스스로를 돌볼 능력이 안돼 비관하는 등 노인들의 자기방임 사례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학대받는 노인이 해마다 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예방 및 상담활동을 하는 지역 노인보호전문기관의 인력 및 시설은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경북지역에는 경상북도노인보호전문기관(포항)과 경북서북부노인보호전문기관(예천) 등 두 곳의 노인보호전문기관이 있다. 그런데 두 기관 소속 인력은 모두 합쳐 15명에 불과하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상담원 1명이 한 해 동안 55.2건의 노인학대 신고를 접수해 431차례의 상담과 109.6건의 현장조사를 했다.
늘어나는 노인학대 피해자를 보호하는 임시 수용시설도 부족하다. 경북지역 노인보호전문기관들이 운영하는 피해노인 쉼터 2개소의 최대 수용인원은 15명. 이 때문에 학대 피해 노인들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더라도 입소 후 두 달 이내에는 다른 피해 노인들에게 자리를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다.
경북도의회는 최근 '경상북도 노인학대 예방 및 학대피해노인 보호에 관한 조례안'을 의결했다. 박병훈 도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조례안에 따르면 경북도는 매년 노인학대 예방 및 피해노인 보호 계획을 수립하고, 노인보호전문기관 직원들에게 특수업무수당을 지원하는 등 처우 개선에 힘써야 한다.
이수한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교수는 "노인학대는 가족 내부의 문제로 여겨져 바깥에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자에게 의료, 교육 등 다양한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가해자와 피해자 간 관계 회복을 돕는 가족치료 등을 통해 숨은 노인학대 문제를 드러내 치유하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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