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대구문화재단 사태'를 바라보는 시선들

이달 10일, '새 정부 문화정책 연속 토론회'가 국립중앙도서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과 문화체육관광부가 마련한 이 자리에 공무원은 물론 전국 문화 정책 관계자들이 모였다.

한 발제자가 최근 불거진 대구문화재단 사태에 대해 얘기를 꺼냈다. '문화는 유연성이 전제돼야 하는데 대구시의회가 대구문화재단의 숙제 검사까지 한다면 어떻게 문화도시로 갈 수 있겠는가'는 내용이었다. 순간 수십 명의 참가자는 웅성웅성했다.'지금 시대에 정말 그런 일이 있느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이 세미나에 참가했던 대구경북연구원 오동욱 팀장은 "한번 낙인찍히면 연구자들 사이에 매번 인용되는데, 이번 사태의 영향은 외부에서 느끼기에 너무나 크다"고 말했다.

대구문화재단 사태로 대구가 문화 후진도시로 낙인찍힐 위기를 맞고 있다. 대구문화재단 관련 조례개정안을 대구시의회가 통과시킨 것을 두고, 대구 문화계는 이미 잠잠해졌다. 하지만, 대구 밖에서는 이 사태의 영향이 일파만파 퍼져 나가는 분위기다. 시의회의 문화계에 대한 지나친 간섭, 그리고 재단과 행정의 엇박자로 대구 문화의 후진성을 한꺼번에 보여주었다. 문제는 대구가 만들어온 '문화도시' 이미지가 한 번에 무너졌다는 것.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광주를 선정했다. 대구, 부산 등 6개 도시가 경쟁했지만 '공연문화'로 특화시켜 좋은 평가를 받았던 대구는 탈락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대구의 문화 수준에 대한 나쁜 인상을 심어줬고, 실제로 심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새 정부는 앞으로 '지역문화 거점도시' 정책을 펼 것이고, 대구는 이 경쟁에 뛰어들어 좋은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런데 이미 문화정책을 좌우하는 전문가들 사이에는 대구에 대한 소문이 파다하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원태 기획조정실장은 "20년 이상 문화정책 업무를 해왔지만 이처럼 황당한 사례는 없었다"면서 "이 치명적인 이미지는 대구의 미래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다 같이 힘을 모아 문화도시로 나가기에도 바쁜데, 엉뚱한 곳에서 발목이 잡혔다. 과연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대구 문화계가 이번 사태를 두고 침묵하는 동안, 밖에서 바라보는 문화도시 대구의 이미지는 오물을 뒤집어썼다.

이제 머리를 맞대고 대구문화재단이 나아갈 방향을 고민해야 할 때다. 대구문화재단 대표의 공석이 길어지고 있다. 대구시와 재단, 시의회는 하루빨리 새로운 청사진을 내놓아야 할 때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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