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는 대한민국에 걷기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여행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 무엇보다 볼거리 위주의 제주 이미지를 단번에 변화시켜 젊은이를 포함해 다양한 연령층에게 주목받는 여행지로 만들어 놓았다.
대구도 제주 올레처럼 충분한 가능성을 지닌 콘텐츠가 있다. 대구 중구의 근대문화를 느낄 수 있는 '근대골목투어'가 그것이다. 자연이 아닌 도심형 올레로 전국적인 관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움은 남는다. 대구 하면 보수적이고 과거지향적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다. 근대골목투어 자체도 명백하게 보면 '근대'라는 과거의 연장 선상에 머물러 있다. '과거'라는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려면 근대골목투어에 현대적인 무언가를 접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이 대구의 강점인 IT산업이다. 근대골목투어에 IT라는 '첨단'을 입혀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아이템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투어 코스의 특정 지점에 안내기기를 설치해 누구나 스마트폰만 갖다대면 스마트폰으로 음성 설명이나 다양한 관련 사진 등이 나온다거나 스마트폰을 통해 3D로 코스를 안내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대구시는 지역 IT업체들과 협의체 형식이나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이런 방안을 논의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IT만 잘 활용하면 최근 여행 트렌드로 자리 잡은 나 홀로 여행 족이나 외국인들이 가이드 없이 여행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근대골목투어를 더욱 확장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가장 주목할 곳이 동성로다. 동성로는 먹을거리와 볼거리가 풍부할 뿐 아니라 젊음이 넘치고 역동적인 장소다. 그야말로 현대적인 이미지로 제격인 곳이다. 대구 관광을 이야기할 때 관광객이 쇼핑하고 머무르는 것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외지인들이 적극적으로 쇼핑하고 소비하기 위한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동성로를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로데오 거리나 카페 골목 등 동성로의 '특화 골목'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각 골목에 이야기를 만들어내거나 다양한 이벤트 행사를 여는 등 여행 패키지를 개발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프로그램만 잘 개발돼 호응을 얻는다면 지역 상권 활성화와 현대적인 대구 이미지 구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한 또래 지인은 "요즘 가족여행이 추세인데 근대골목투어는 나이 든 사람에게는 향수를, 청소년에게는 학습의 장이 되지만 가족들이 함께하기에는 다소 애매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봉산문화회관이나 동성로에 있는 소극장을 이용해 외지인을 위한 맞춤형 공연이나 야외공연을 상시로 열고 방천시장에 있는 김광석 골목도 최대한 활용해봄 직하다. 여기에 더해 적자가 예상된다는 도시철도 3호선과 연계하는 여행 상품도 생각해볼 수 있다.
다행히 근대골목투어 앱을 선보이고 여러 코스를 개발하는 등의 노력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최대한 효과를 끌어낼 다양한 시도가 필요한 때다. 올레 하면 제주를 떠올리듯 대구를 '도심형 올레'의 메카로 각인시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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