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연'인간'표현'구축' 대구 미술의 사색을 보다

김영동 큐레이터 초청, 대구미술관 기획 전시

대구 미술의 고유성을 짚어보는 '대구 미술의 사색' 전이 10월 13일까지 대구미술관 2전시실에서 2부로 나뉘어 열린다.

이번 전시는 대구미술관이 외부 기획자를 초청해 진행하는 두 번째 전시로, 큐레이터 김영동(사진)이 기획한 전시다.

이번 전시는 대구미술의 오랜 역사 속에 흐르는 대구미술의 독특한 정신들을 탐색하고, 그 가운데 개성으로 내세울 만한 것들을 현재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 중인 작가들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이번 전시에는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대구 중견 작가들의 작품들을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미술평론가 김영동은 "대상의 피상적인 묘사에 만족하지 않고 깊이를 천착하려는 대구미술의 특징을 한마디로 '사색적인 미술'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대구 미술의 성격을 결정짓는 요인을 '전통'과 '개방성'을 동시에 지닌 채 '진정성'과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자세로 요약해서 오늘의 대구미술 속에서 이런 정신이 어떻게 이어져 오고 있는지 이번 전시를 통해 확인하고자 한다"고 전시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번 전시는 1부와 2부로 나뉘어서 열린다. 유명수, 손규호, 최성규, 정태경, 류재하, 정미옥이 참가하는 1부 전시는 8월 4일까지, 그리고 문상직, 김성수, 박휘봉, 김희수, 노중기, 송광익이 참가하는 2부 전시는 8월 10일부터 10월 13일까지 열린다.

12명의 작가 작품을 '자연, 인간, 표현, 구축'의 네 가지 부문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자연'은 유명수와 문상직, '인간'은 최성규, 손규호, 김희수, 박휘봉, '표현'은 정태경, 노중기, 김성수, '구축'부문은 정미옥, 류재하, 송광익이 작품을 전시한다.

◆ 자연, 풍경의 미학 추구-유명수

유명수는 항상 현장에서의 사생을 통해 발견한 아름다움을 표현하려 한다. 작가는 자연의 색이 주는 오묘함과 현장에서 느껴지는 생기를 전달해, 작품 속에 오묘한 느낌이 감돈다.

작가는 특히 풍경화에 애착을 갖는다. 농촌의 자연환경이 개발에 의해 곧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과 그곳의 현실적인 삶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다. 하지만 그를 통해 흘러나온 풍경화는 무심하게 자연 그 자체를 보여준다.

그의 풍경화가 지닌 기법상의 특징이라면 자연을 재현함에 있어 자연스러운 감각을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손놀림의 기교나 묘사력보다는 대상의 진실과 만나려고 끈기있게 시도한다. 작가가 현장에서 느낀 직접적인 체험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개성이 두드러진다.

◆ 인간, 삶과 존재의 문제 탐구-최성규'손규호

최성규는 동시대 회화의 한 특징을 보여준다. 그의 대형 화면에는 혼란스러운 이미지와 각종 오브제들의 콜라주, 기호들로 가득하다. 표현주의적인 거친 붓질과 드로잉으로 전개시켜 나간 복잡한 내용들은 작가가 일상에서 겪은 사건이나 일기 같은 것일 수도 있고, 또는 가상과 현실의 애매한 지점에서 각색한 이야기들일 수도 있다. 작가는 그리는 행위를 중요시한다. 여기저기서 모은 기호와 텍스트들이 들어 있는 이미지들은 그 자체로도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고 흥미롭고 자유로운 상상이 가능한 몽타주 형식이 되기도 한다. 선택된 이미지나 형상은 작가의 생각으로 재배치된다.

손규호 작가의 조각 작품은 자신의 메시지를 구체적인 형태 속에서 상징적인 의미로 구현하는 데 특징이 있다. 그의 주제는 반생명적 현실이나 역사적 모순을 상징적 형태로 형상화하는 현실주의의 편에 서 있다. 작가는 최근 조각 작품을 설치작업의 개념과 병행시키면서 변화를 주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눈밭에 매몰된 사람의 흔적을 형상화한 작품과 강변의 모래 산에 버려진 폐선 작품을 선보인다. 환경문제와 관련된 상징적인 주제로, 함축적이면서 의미심장한 메시지가 담긴 풍경이다. 세팅된 풍경은 가상의 상황을 연출한 것이지만 안타까운 현실을 바라보는 작가의 쓸쓸한 정서가 반영돼 있다.

◆ 표현, 열정과 감정의 조화-정태경

붓질의 기량과 채색 감각이 뛰어난 정태경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시리즈를 선보인다.

꽃이나 나무, 인체를 모티브로 화면을 구성하고자 자연 풍경을 대담한 스케치로 요약하는 작가는 넓은 붓과 강렬한 색채를 빠른 터치로 구사하는 절제된 표현주의의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능란한 붓질로 단박에 그려낸 사물의 형상은 고졸한 듯 세련돼 보이는데, 윤곽선에서 힘과 역동성이 느껴진다. 추상적인 관념보다는 주변의 사물, 그리고 인물과 친근하게 교감할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인다.

◆ 구축, 개념적이고 구성적인 조형 질서-정미옥'류재하

정미옥의 작품은 규칙적인 선과 색으로만 구성된 가장 단순한 추상회화에 속한다. 화면의 상하나 좌우로 전개되는 단계적인 색의 스펙트럼은 시각적인 파동인 동시에 음악적인 선율이 되어 관객의 시청각에 공감각을 일으킨다.

류재하는 오브제와 디지털 영상 이미지를 결합하는 새로운 개념의 작업을 선보인다. 비디오 파사드 기법을 응용해 영상에 음향을 더해 다이나믹한 장소특정적인 작업을 보여주는 작가는 앞으로 기념비적 장소와 공간으로 그 작업을 더욱 확장해나갈 전망이다.

이번 전시에는 독특하게도 정미옥과 류재하의 콜라보레이션 작품이 선보인다. 페인팅 작가의 작품을 입체적으로 미디어 작품으로 재구성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053)790-3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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