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로에 작은 현수막이 붙었다. 잃어버린 말티즈를 찾아주면 보상금으로 100만원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강아지에게 많은 현상금이 붙은 것은 처음 보는 일이라 호기심에 눈여겨보았다. 애지중지하던 개를 잃어버린 사람의 심정은 얼마나 애가 탈까. 오죽하면 현상금까지 걸고 찾을까. 그 돈이면 다른 강아지를 충분히 살 수도 있을 텐데 따뜻한 인간애가 걸음을 잡는다.
애완동물을 컴패니언 애니멀(Companion animal)이라고 부르는 시대가 되었다. 컴패니언 애니멀은 사람과 마음이 통하는 동물 동료를 뜻하는 말이다. '반려동물'이라고도 한다. '애완동물'이라고 하면 생명체인 동물을 존중하지 않는 느낌이 든다며 사람과 대등한 관계에서 보는 개념에서 생긴 말이다.
반려동물을 기르면 심리적인 안정을 얻을 수 있으며 성품이 좋아지고 사회생활도 더 잘한다는 얘기가 있다. 어린이는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고 어르신에게는 좋은 동무이기도 하다. 반려동물도 가족의 일원으로서 자리 매김하고 있다.
가족처럼 정이 든 반려동물을 잃은 후에 주인이 겪는 우울증은 만만찮다. 식욕이 없어지고 자폐증상, 불면증이 온다고 한다. 이런 증상을 '페트로스 증후군'이라 한다. 사람을 잃은 것에 견줄 수는 없지만, 부재에서 오는 아픔은 같지 않을까. 현상금을 붙인 사람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것 같았다.
나는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는다. 사랑스럽기는 하지만 정성을 들일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풍족하지 못해서다. 부잣집 반려동물을 보면 위화감도 생긴다. 반려동물이 형편이 어려운 사람보다 더 호화롭게 대접받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개 팔자가 상팔자'인 것이다. 인간으로서 비애마저 느낀다.
개 팔자만도 못한 인간의 위상에 쓴웃음을 짓기도 한다. 심지어는 개가 병이 들면 가축병원에 데려가도 늙은 부모가 병이 나면 노환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은 가슴을 아프게 한다. 우스개로 시어른보다 반려동물이 더 높은 서열에 있다는 얘기도 있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그 '누구' 중에는 나도 포함되니 부끄러울 뿐이다. 자식으로서 진정한 도리가 무엇일까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반려동물도 가족의 일원으로 보는 마음은 이해할 수 있으나 사람보다 우위에 두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이 무시당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또 하나의 현수막엔 어르신 얼굴이 큼지막하다. 집 나간 아버지를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보신 분이나 제보를 해주시면 100만원의 사례금을 드리겠다는 내용이었다. 현상금이 적은 것으로 보아 형편이 어려운 사람인 것 같다.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김근혜<수필가·대구행복의 전화 소장 ksn15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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