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양모(55) 씨. 20대에 창업해 30년 가까이 중소기업을 운영하며 제법 탄탄하게 사업 기반을 다졌다. 양 씨는 평생 일군 사업체를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아들(27)도 가업 승계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문제는 세금이다. 과도한 상속세 부담으로 가업 승계를 포기하거나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부득이 사업 일부를 매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손톱깎기로 세계시장을 장악했던 쓰리세븐(777) 창업주 일가는 150억원이 넘는 상속세를 마련하지 못해 2008년 경영권을 포기했다.
지난해 말 중소기업중앙회가 170개 중소업체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상속세 부담으로 사업을 축소하거나 매각한 경우가 56%에 달했다. 은퇴 시기가 다가옴에 따라 이래저래 고민이 많은 양 씨는 적절한 조언을 얻기 위해 재무상담클리닉센터를 찾았다.
Q: 자식에게 사업체를 물려주는 것에 대해 안 좋은 시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자식처럼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자식을 향한 부모 마음은 똑같다. 하나라도 더 주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가업 승계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긴 안목으로 경영 수업 실시
맨손으로 시작해 견실한 중소기업을 일군 양 씨는 나름대로 성공했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또 기업체에 대한 애착도 남다르다. 혹독했던 IMF 외환 위기 당시 집까지 처분하며 지켜낸 사업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식에게 사업체를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하다.
양 씨가 가업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들에게 경영 안목을 길러주는 것이다. 수십 년 동안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양 씨와 달리 아들은 사업경험이 전무해 기업을 경영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준비 안 된 가업 승계는 사업체 몰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잘나가던 기업이 2세 경영 후 무너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 이유다. 양 씨도 이런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후계자 육성 프로그램을 준비해 경영자의 자질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경영 안목은 하루아침에 길러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양 씨는 10년을 목표로 후계자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현재 대학교 4학년인 아들이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아 더 키우고 싶은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학 졸업 후 회사에 입사시켜 차근차근 일을 배우게 해야 한다.
◆가업 승계 방식에 따라 세금이 달라진다
회사 주식을 자녀에게 증여 또는 상속하는 방법을 통해 가업 승계를 할 수 있는데 어떤 방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세금이 달라진다. 양 씨가 소유한 기업의 가치는 현재 6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증여를 할 경우에는 시점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주식회사의 경우 소유권이 이전되는 시점의 주식평가가액에 따라 세금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식평가가액이 최소화되는 시점에 증여를 하는 것이 좋다.
만약 현재 시점에서 양 씨가 주식을 증여한다면 물어야 할 증여세는 25억원이 넘는다. 이는 증여세 때문에 가업 승계가 이루어지지 못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수십억원의 증여세를 마련하기 위해 사업체 일부를 매각하는 것도 어렵다. 사업체 규모가 크지 않는 상태여서 사업체 일부를 매각하는 것은 사업 철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절세 측면에서 보면 상속이 유리하다. 세법에 따라 가업 상속의 경우 상속재산가액의 70%까지 공제된다. 양 씨의 경우 60억원에서 42억원을 뺀 18억원에 대한 상속세만 물면 된다. 18억원에 대한 상속세는 5억6천만원 정도다. 다만 가업상속공제의 경우 미리 법적인 요건을 갖추어 놓아야 한다. 가업상속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기업요건, 피상속인요건, 상속인요건 등을 만족시켜야 한다. 기업요건은 대통령령으로 정한 중소기업으로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계속해서 경영을 해야 한다. 피상속인요건은 사업영위 기간 중 60% 이상 또는 상속개시일로부터 소급하여 10년 중 8년 이상 피상속인이 대표이사로 재직해야 한다. 상속인요건은 상속개시일 현재 18세 이상이고 상속개시일 2년 전부터 직접 가업에 종사해야 한다. 또 상속인 1명이 해당 가업의 전부를 상속받아 상속세 신고기한까지 임원으로 취임하고 신고기한 후 2년 내에 대표이사로 취임해야 한다. 현재 중소기업의 가업 승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관련 세법 개정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앞으로의 변화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은퇴 준비도 지금부터
경영권 승계가 잘 이루어졌다고 판단되면 양 씨는 사업에서 손을 떼는 것이 좋다. 경영권을 물려준 뒤에도 사업에 간여를 하면 자식이 경영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뿐 아니라 불화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은퇴 후 자신을 위한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 양 씨는 자녀가 경영권을 승계하면 65세쯤 은퇴할 생각을 갖고 있다. 따라서 양 씨는 지금부터 은퇴 준비를 해야 한다.
그동안 양 씨는 사업에만 몰두하느라 별다른 은퇴 준비를 하지 못했다. 현재 양 씨가 갖고 있는 여윳돈은 예금에 넣어 둔 4억원이다. 이 가운데 2억원은 일시납 변액연금보험에 넣어두는 것이 좋다. 10년이 지나면 2억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변액연금보험에 가입하면 납입 금액의 2배까지 추가 납입을 할 수 있는데 추가 납입은 은퇴 전에 해야 한다. 추가 납입을 하면 연금 수급 시 매우 유리해진다. 만약 2배까지 추가 납입을 하면 양 씨는 은퇴(65세)할 때 6억원 이상의 연금자산을 확보할 수 있다.
◆긴 노후 대비 자산관리에도 신경 써야
양 씨는 지금까지 자산관리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은퇴 후 20~30년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자산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양 씨의 나이, 재산 상황, 투자 성향 등을 고려해 볼 때 2억원은 채권형펀드와 주식형펀드에 나누어 투자할 것을 권한다. 국내채권형펀드에 5천만원, 해외채권형펀드에 5천만원, 주식형펀드에 1억원을 넣으면 된다. 해외채권형펀드는 단기 하이일드채권형펀드를 추천한다. 잔존 만기가 짧은 하이일드채권에 투자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면서도 향후 경기회복 시 금리인상(채권 가격 하락)에 따른 위험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료=계명대 산업경영연구소 부설 재무상담클리닉센터
정리'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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