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얼굴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걸 보니 우리 형님이 분명합니다. 형님, 종태 왔습니다."
27일 오전 10시 성주군 선남면 오도리 복지마을 실버양로원. 56년 만에 윤종구(73)'종태(63) 씨 형제의 극적인 상봉이 이뤄졌다. 이 자리는 회한과 뜨거운 감동이 교차하면서 두 형제도, 이들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모두 눈물바다를 이룰 수밖에 없었다.
사연의 주인공인 윤종구 씨의 불행한 삶은 경북고(40회) 2학년에 재학 중이던 1957년부터 시작됐다. 연이은 부모의 사망으로 충격을 받은 윤 씨는 모든 기억을 잃어 버리고 부랑인 수용시설과 남의 집 일꾼 등으로 전전하며 50여 년 세월을 보냈다. 그의 떠돌이 생활이 지속되는 동안 가족들은 그가 죽은 것으로 판단, 1975년에 사망신고를 해버렸다. 이때부터 윤 씨의 모든 기록이 세상에서 사라진 것.
이랬던 까닭에 윤 씨 형제의 상봉은 성주군 희망복지지원단(단장 이수열)의 도움으로 가능했다. 초천면 용봉리 한 농장 아래채에서 지내며 제대로 난방도 하지 않고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던 윤 씨의 생활을 안타깝게 지켜본 주민들이 희망복지지원단 사무실에 전화를 건 것은 지난 3월 초쯤. 극도의 공포와 두려움에 사로잡힌 윤 씨는 "예" "아니요" 외에는 말문을 열지 않았다. 제대로 된 복지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신분 확인이 꼭 필요했지만 윤 씨는 신분증이 없었고, 주민등록번호조차 몰랐다.
희망복지지원단은 우선 윤 씨를 복지시설에 입소시킨 후 따뜻한 보살핌과 전문적인 상담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시설 입소 두 달여 만에 윤 씨는 서서히 마음의 빗장을 풀기 시작했고, 기적처럼 자신의 잃어버린 50년을 하나씩 풀어놓기 시작했다. 성주군은 힘겹게 얻은 윤 씨의 정보를 바탕으로 학적부와 제적증명서를 발급받아 수소문 끝에 그의 가족을 찾을 수 있었다.
성주군 희망복지지원단 이난희 계장은 "현재 사망처리돼 있는 윤 씨의 신분 회복절차를 밟고 있으며, 정식으로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해 일상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체계적인 관리를 지속해 나갈 방침이다"고 말했다.
성주'정창구기자 jungc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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