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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 기업사냥꾼…지키자! 지역기업 '캐프'

경북의 세계적 자동차 부품회사인 (주)캐프가 서울 투자사인 IMM 프라이빗에쿼티(PE)에 경영권을 뺐겼다. 매일신문 DB
경북의 세계적 자동차 부품회사인 (주)캐프가 서울 투자사인 IMM 프라이빗에쿼티(PE)에 경영권을 뺐겼다. 매일신문 DB

세계적인 와이퍼 생산업체 (주)캐프의 경영진이 교체됐다. 캐프에 투자를 한 서울 사모펀드 회사 IMM 프라이빗에쿼티(PE)는 최근 주주총회를 열고 캐프의 등기임원 전원을 교체했다. 이에 기존 경영진은 사모펀드 회사가 투자를 한 뒤 기업사냥꾼으로 돌변, 경영권을 일방적으로 빼앗았다며 금융감독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투자에서 돌변, 경영권 장악

캐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키코(KIKO'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변동할 경우 미리 약정한 환율에 약정금액을 팔 수 있도록 한 파생금융상품)사태를 겪으면서 2010년 IMM 프라이빗에쿼티(이하 IMM)로부터 560억원을 투자받았다. 경영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일부 지분을 넘기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투자 계약을 맺자마자 엔화가 1천100원대 후반에서 1천300원대까지 뛰었다. 투자받은 금액으로는 파생상품을 갚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 이후 대주주가 IMM으로 바뀌었고 이달 14일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한 IMM 측은 대표이사를 포함한 등기임원 및 감사를 모두 해임하고 새 경영진으로 교체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새 임원과 감사는 모두 IMM 쪽 임원이었다. 캐프의 옛 경영진은 "사모펀드 회사가 투자계약 위반을 이유로 회사 경영권을 강제로 탈취하는 등 횡포를 부리고 있다"며 "IMM이 벌인 임시주주총회 자체가 모두 정관을 위반해 무효다"고 주장했다.

기존 경영진에 따르면 IMM은 회사정관의 '소집통지', '이사 및 감사 후보자에 대한 사항의 통지 또는 공고', '의장자격이 없는 자의 회의진행' 등이 모두 정관을 위배했다는 것.

한 관계자는 "회사 정관 21조 제1항에 의하면 주주총회를 소집함에는 그 일시, 장소 및 회의의 목적사항을 총회일 2주간 전에 주주에게 서면 또는 전자문서로 통지해야 한다"며 "하지만 회사의 주주 중 임시주주총회 소집통지를 받지 않은 이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이사 또는 감사의 해임과 선임이 안건인 상황에서 새로운 이사 또는 감사후보자의 성명, 약력, 추천인 등 후보자에 관한 사항이 공지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캐프는 법원에 IMM이 소집한 임시주총에 대해 무효 및 선임된 임원진에 대한 직무정지가처분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이에 대해 IMM 측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았다면 법원에서 임시주총을 허락할 리가 없지 않느냐"며 "또 불법이거나 위반된 사항이 있다면 등기임원을 교체해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업사냥이다" vs "경영손실 책임 물은 것"

캐프 기존 경영진은 IMM 측이 투자 이후부터 줄기차게 경영권을 위협했으며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회사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 환헤지 상품 청산을 위해 IMM으로부터 560억원의 자금을 투자받았지만 IMM은 순수한 재무적 투자자임에도 투자 직후부터 파생상품 강제 청산을 압박해 회사 측에 260억원의 추가 손실을 초래케 하고 부당한 경영 간섭 등을 자행하는 등 교묘한 방법으로 회사의 경영을 지속적이고도 의도적으로 방해해 왔다는 것.

고병헌 전 회장은 "캐프는 투자금을 파생상품 청산에만 사용하고 경영 자금으로는 단 한 푼도 쓰지 않았다"며 "반면 회사가 유동성 위기에 몰려도 투자자인 IMM은 이를 외면한 채 오직 계약 이행만을 강권하며 위반 시 18%의 높은 이자율을 요구하는 등 회사를 위기상황으로 몰아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IMM 측은 "경영권을 위협한 적이 없다"며 "오히려 투자를 한 뒤에도 회사는 동의 없이 부실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하는 등 자본잠식을 계속했다"고 주장했다.

고 전 회장은 "지난해 계열사와 주력공장을 매각했을 뿐 아니라 구조조정 등 강도 높은 자구책을 시행해 재무 구조를 개선하려 했다"며 "하지만 IMM의 강압적인 요구에 따른 파생상품 청산으로 지난해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재무구조가 악화됐다"고 말했다.

또 "이로 인해 보증기금의 보증서 강제 해지로 100억원의 무역금융을 상환해 유동성이 더욱 악화되고 자본 잠식으로 신용 등급이 하락해 은행 금리가 16.8%까지 치솟는 등 심각한 자금경색이 초래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IMM 측은 "처음 투자 계약을 했을 때 투자금은 키코 청산에 쓰는 것으로 돼 있었다"며 "그렇지만 캐프 측이 환율이 내려갈 때 갚으면 이익이 남을 것이라며 미루고 미루다 결국 환율이 올라 더 많은 돈을 갚아야 할 상황까지 끌고 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투자금 상환 거절한 금융 '갑'의 횡포

캐프는 IMM의 횡포에 견디다 못해 대체 투자자를 물색, IMM 측에 투자금 전액 상환을 제의했지만 이마저도 묵살 당했다. 대체 투자까지 방해하고 회사 경영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면서 급기야 경영권 장악에 나섰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최근 캐프 와이퍼 품질의 우수성과 독자 구축한 해외 영업망 등 회사가치를 긍정 평가한 해외의 한 업체와 국내 2개 투자사가 투자 의향을 밝혔지만 IMM의 거부로 인해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며 "IMM 측에 투자금과 적절한 수준의 이자를 받고 나가달라고 통사정을 해도 들어 주지 않더라"고 말했다.

캐프 측은 IMM 측이 경영권 강제 인수 조치를 중단하고 대화로써 문제를 해결하고 대체 투자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IMM 측은 "투자를 하겠다는 회사를 직접 만난 적도 없고 돈을 내놓겠다는 사람이 있다는 소식도 못 들었다"며 "상식적으로 자본잠식이 심각한 수준의 상황인 캐프에 우리 투자금보다 더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있는 곳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적법한 투자자로 참여한 우리가 왜 나가야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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