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은 제품을 개발해 널리 알리고 싶어 신문사에 광고를 의뢰했는데 그것이 엄청난 화(禍)가 될지 정말 몰랐습니다. 지역의 유력 일간지에 광고를 실었는데 광고가 나가자마자 다른 신문사에서 벌떼처럼 몰려드는 통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습니다. 심지어 광고를 주지 않으면 회사문을 닫게 하겠다는 협박까지 받을 정도였습니다. 이 일을 겪고 나서는 아예 광고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으며 다른 업체 사장들에게도 '함부로 신문사에 광고할 생각 마라'고 충고했습니다."
지역에서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한 대표가 기자에게 털어놓은 하소연이다.
"어느 날 신문사 기자라면서 회사를 찾아와 마구잡이로 사진을 찍고는 '안전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 이를 기사화하겠다'고 협박하길래 울며 겨자 먹기로 50만원을 주고 보냈습니다. 자금부족으로 미처 시설을 갖추지 못했는데 이를 빌미로 돈을 뜯어 가는 행태는 전형적인 사이비 기자였습니다. 칼만 안 들었지 강도와 뭐가 다를게 있습니까?"
또 다른 중소기업체 대표의 한숨 섞인 말이다.
기자가 부끄러운 실례를 늘어놓는 이유는 우리 지역에 신문사가 너무 난립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전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상북도 집계에 따르면 현재 경북도에 등록된 언론사는 모두 343개다. 이 가운데 일간지가 12개, 주간지 82개, 인터넷언론이 204개에 달한다. 대구까지 합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가히 언론의 홍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신문사가 더 창간된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주민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확대한다는 취지에서 본다면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작금의 실태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일부 언론사들은 월급도 지급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사기 등 전과기록을 갖고 있는 구성원들이 버젓이 기자행세를 하고 돌아다니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특히 중소도시로 갈수록 그 폐해가 더하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영국의 경제학자 그레샴의 법칙이 있듯 불건전한 언론도 건전한 언론을 좀먹게 할 수 있다. 언론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언론풍토가 병들어서는 사회가 바로 설 수 없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언론사 설립 및 등록 방법에 대한 새로운 방안에 대해 각계가 진지한 고민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어느 언론학자가 말했듯 불량한 언론사는 잡초와 같아서 뽑아내도 또다시 자라는 만큼 시작부터 발 디딜 여지를 주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더 이상 잘못된 언론사로 인해 선량한 시민과 공무원, 기업인 등이 피해를 입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솔로몬의 지혜를 모아보자.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