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인적자원을 중심에 둔 시책 추진을

인구와 경제력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좀체 완화되지 않고 있다. 2000년대 후반 이후부터는 오히려 더 심화되고 있다.

수도권 집중으로 대경권(대구+경북)의 사정도 좀체 나아지지 않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창조경제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대경권의 창조경제 기반은 매우 취약하다.

수도권에 기업, 연구소를 두는 이유를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쓸 만한 사람을 구하기가 쉽다는 대답을 한다. 대경권 내에도 쓸 만한 사람들이 왜 없겠는가? 설사 없다고 해도 데려올 수도 있지 않은가?

지역발전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적자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 정책추진에는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래 전 얘기지만 대구경북과학기술원의 입지 결정 사례가 그러하다. 필자를 포함한 다수의 전문가들은 현 위치보다는 대구 도심에 가깝고 동대구역과 공항 접근성이 뛰어나 영남권 전체의 연구 중심 기능을 수행하기에 편리한 수성구와 경산시 접경지역 일원에 설립하기를 제언했다.

그러나 부지 확장성이 좋다는 이유로 달성군 현풍면의 현 위치로 결정되고 말았다. 부지라는 부차적 요인이 연구소의 전부라 할 수 있는 인적자원 요소를 덮어버린 것이다.

연구소에 근무하는 연구원들의 시간은 매우 소중하다. 출퇴근에 2, 3시간 뺏기면 하루 연구시간의 4분의 1이 사라진다. 출장이 불편하면 국내외 전문가들과의 정보와 아이디어 교류가 위축된다.

이런 조건에서는 우수한 연구원들이 잘 오려 하지 않을 것이고, 연구소의 활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연구소는 연구원들이 가장 편리하게 연구하고, 교류하고, 생활할 수 있는 곳에 두는 게 원칙이다. 앞으로는 이 원칙을 지켜야 한다.

또 하나의 사례는 대중을 위한 시설물인 국립대구과학관의 입지 문제다. 과학관이 살려면 보고 배우려는 사람들 즉 대경권 주민 다수와 국내외 관광객들이 가장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 지어야 한다. 다른 요인들은 부차적일 뿐이다.

연계 관광이 가능한 곳이라면 더 좋다. 현 위치가 이 조건에 맞는가, 아닌가는 명약관화하다. 워싱턴의 스미소니언 박물관 본관과 버지니아의 분관을 비교해 보라. 30분 정도 거리이고 규모는 후자가 크지만 관람객은 전자가 몇 십 배 많다.

이미 결정된 사례를 되짚어 보는 것은 미래를 위한 교훈을 얻고자 함이다. 창조경제가 국가적 슬로건이 되어 있는 현 상황에서 우수 인적자원을 중심에 둔 시책의 중요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말로만 강조할 게 아니라 실천에 옮겨야 한다. 어떤 시설을 짓거나 지원을 할 때 인적자원의 공급과 수요 문제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 것이 핵심이다.

인적자원의 수요, 공급에 있어서 대구와 경북 간의 역할 분담과 상호협력도 중요한 이슈이다. 대구의 대학에서 양성된 인력이 경북의 산업계에 많이 종사할 수 있게 하고 경북의 기초과학 연구시설을 대구의 연구인력이 용이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선순환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

어떤 인적자원이 지역발전에 가장 중요한가 하는 것도 따져보아야 한다. 저명한 도시경제학자인 에드워드 글레이저(Edward Glaeser)는 리처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의 창조도시론에 대한 비평문에서 지식인과 전문가 집단 즉 전통적 인적자본은 도시 발전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지만 게이나 히피들이 도시 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대경권의 인적자원 시책에 있어서도 유의할 필요가 있는 지적이다.

요컨대 대경권의 발전을 이끌어갈 지식인과 전문가들이 일하고 생활하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 그리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거나 혜택을 볼 수 있는 시책을 펼치는 것이 지역발전의 알파요 오메가다. 이들의 입장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내고 이들이 가장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에 필요한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좋은 것들은 내 울타리 안에, 나쁜 것들은 남의 땅에 두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 심리이다. 이러한 심리에 편승하여 표를 얻기 위해 정치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를 극복하고 지역의 먼 장래를 위해 인적자원의 확충을 위한 합리적 판단을 내리는 안목이 필요한 때이다.

장재홍/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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