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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할 곳은 식당·마트 뿐…여성취업 40·50대 늘어도 20·30대는 감소

고용평등주간 맞이 여성고용 좌담회

대구지방고용노동청과 매일신문은
대구지방고용노동청과 매일신문은 '제13회 남녀고용평등강조주간'을 맞아 대구노동청에서 여성고용과 관련한 현장의 애로와 대책을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여성의 사회 각 분야 진출이 활발하다. 작년 2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대 남성을 앞지르는 등 '여풍'이 거세다. 일부 직종에서는 여성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하지만 여성들이 안정된 양질의 일자리를 꿰차기에는 여전히 문턱이 좁다.

마침 박근혜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정책과제로 제시, 이를 위해 여성고용의 확대가 필수적이지만 일자리 현장에서 고용정책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구지방고용노동청과 매일신문은 '제13회 남녀고용평등강조주간(5월 25∼31일)'을 맞아 여성고용과 관련한 현장의 애로와 대책을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사회=대구지역 여성의 고용 현황과 남녀고용 불평등 실상은

▷김영순(김) 대구여성회 대표=2012년 대구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0.4%로 남성(70.5%)에 비해 20%나 낮다. 평균임금도 크게 차이가 난다. 여성은 월평균 80만5천300원인 반면 남성은 135만8천원이다. 특히 공공기관부터 남녀고용평등이 실현되지 않고 있는 점이 문제다. 공공기관들이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에서 여성 고용이 더 많다. 결국 좋은 일자리, 안정적인 일자리는 남성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노진철(노) 경북대 사회과학대학장=대구지역은 여성취업자가 연령별로 차이를 보인다. 40, 50대 여성의 취업은 늘고 있지만 20, 30대 젊은 여성의 취업이 많이 줄었다. 다른 지역은 젊은 여성의 취업이 늘고 있다. 이는 요식업과 유통업 등 저임금 일자리에 취직하는 여성은 있지만 젊은 여성에게 필요한 양질의 일자리가 잘 없다는 것이다.

남녀고용불평등은 '진급'에서도 나타난다. 초중등 교원의 64.9%가 여성이지만 교장 중 여성 비중은 15.6%에 불과하다. 국내 6개 시중은행의 직원 절반이 여성이지만 여성 임원 비율은 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사회=여성 고용이 낮은 이유는? 여성이 일할 곳이 적은 것인가?

▷이원찬(이) 아진산업 총무이사=기업의 입장, 특히 규모가 있는 제조업의 입장에서 보면 제조현장에는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이 한정돼 있다. 2, 3교대 근무와 중노동 현장에서 버텨낼 수 있는 여성이 많지 않다. 결국 제조업의 특성상 일부분을 제외하면 남성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 서비스업의 경우는 다를 수 있다. 때문에 여성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종에서 확대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장화익(장) 대구지방고용노동청장=여성이 일할 곳은 많다. 특히 서비스업종에 몰려있다. 문제는 여성인력이 많이 필요로 하는 곳의 일자리가 저평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제조업은 노동강도가 높아 남성이 상대적으로 많다. 또 제조업은 노동시간에 비례해 임금을 받지만 여성이 일하는 서비스업종은 그렇지 못하다. 이것이 남녀고용평등을 저해하는 하나의 요소다.

▷노=가부장적인 문화와 지역의 보수성이 남녀차별을 키웠다. 이에 따라 성별에 따른 직종이 분리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저임금의 일자리에는 남성보다 여성이 많은 비율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결국 여성의 고용률을 높이려면 서비스업종의 취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서비스업종은 고용이 안정적이지 않다. 서비스업종은 '감정노동'인데 이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없다.

-사회=결국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나?

▷장=무엇보다 사업주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는데 이는 여성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직장에서 여성들이 받는 불합리함(성희롱, 출산 및 육아휴직 미부여 문제)에 대해서는 여성들 스스로 인식을 바꿔 참지 말고 관리감독기관에 상담을 요청하거나 신고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

일자리 자체로는 저평가된 여성 일자리 가치를 높여야 한다. 또 남성들이 가사에 많은 부담을 함께 지는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

▷노=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지역의 성격을 개선해야 불평등도 나아질 것이다. 이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지역의 의사결정권자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실천하느냐에 달렸다. 대구시장, 경북도지사, 노동청장 등이 여성 일자리, 여성 고용정책에 관해 관심을 두고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 그래야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더 열심히 제도를 살피고 보완할 수 있다. 또 여성계 내부에서도 세대 간 소통과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기업현장에서는 여성 근로자들이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김=가장 큰 피해는 직장 내 성희롱이다. 30인 미만 서비스업종을 대상으로 한국 실태조사에서 7명 중 1명꼴로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고 그 일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는 등 피해자가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우리 회사는 자동차부품 전문생산 업체로서 여성들이 일하기 꺼리고 힘들어하는 생산 현장직에서의 여성인력채용은 힘들다. 하지만 이것이 고용불평등은 아니다. 회사는 육체적 노동 강도가 약한 생산라인에는 여성을 적극 채용하고 있다. 또 지역 고등학교와 협약을 맺고 매년 고졸 여성을 채용하고 있다. 이 밖에도 우리는 남녀구분 없이 정년을 보장하고 있으며 채용 공고에도 남녀를 불문하고 능력에 따라 채용하고 있다. 결국 기업이 업종에 따라 다양한 방안을 노력한다면 고용불평등은 해소될 수 있다. 직장 내에서의 불이익 역시 사업주의 인식만 있다면 해소가 가능하다.

-사회=고용평등을 이끌어낼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이 있다면

▷노=여성의 경력단절이 가장 큰 문제다. 현재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 정책이 갈수록 뒷걸음질치고 있다. 이를 해소하는 방안이 나와야 하는데 최근 정부가 논의 중인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여성의 경력단절은 대부분 출산과 육아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 사기업의 경우 공기업과 달리 유아휴직기간이 짧고, 근무 후 복귀를 보장하기가 어렵다. 이를 좀 더 보완해야 한다.

또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구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기업은 돈이 모자라 사람을 뽑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정 비율의 여성 인력을 뽑는 쿼터제를 도입도록 하고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정부 보조를 통해 여성고용을 확대해야 한다.

▷김=제도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 문제는 직장에서 제대로 실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도 여성들은 직장에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알리기를 꺼린다. 결국 기업 현장에서 여성이 임신과 출산 등으로 인한 해고 및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법제도 홍보를 해야 한다. 법위반 시 감독기관의 공정하고 엄격한 처벌의지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우수기업 선정에서 출산 및 육아휴직 지원율을 심사기준을 넣어야 한다.

또 여성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로 사회서비스가 확충돼야 한다. 맞벌이 부부는 직장과 양육을 병행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경력이 단절되는 여성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를 해소하려면 산모, 가사, 보육 등 공공 돌봄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

▷장=올해 고용시장은 장년층 및 자영업자의 고용 비율이 높은 반면 청년층, 여성의 비율이 낮다. 따라서 여성의 고용참여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반듯한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 양질의, 좋은 일자리인데 여성이 가사와 육아를 하면서 적정한 시간의 노동을 통해 이에 걸맞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성고용을 확대하는 법령 개정 등 제도적 틀 속에서는 한계가 있다. 기존 일자리에 대한 '일자리 나누기' 등의 사회적 실천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정리'노경석기자 nks@msnet.co.kr

▷일시'장소=5월 28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소회의실

▷참석자=장화익 대구지방고용노동청장, 노진철 경북대 사회과학대학장, 김영순 대구여성회 대표, 이원찬 아진산업㈜ 총무이사

▷사회=이춘수 매일신문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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